ADVERTISEMENT

[진세근의 홍콩 에세이]광둥성의 '두집살림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우리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는 말이 있다.

한가지 일을 이루고 나면 더 큰 욕심을 부리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 중국 광둥 (廣東) 성이 꼭 그런 모습이다.

광둥성은 중국 제일의 부자 고을이다.

중국 전체 세수 (稅收) 의 30%를 광둥성에서 납부할 정도다.

온갖 미주 (美酒).가효 (佳肴)에도 지쳤는지 이제는 '바오얼나이 (包二내)' 가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얼나이' (二내) 는 첩 (妾) 이다.

따라서 '바오얼나이' 는 첩과 동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시쳇말로 '두집 살림' 이란 말이다.

광저우 (廣州) 시에서 발행되는 신문에는 요즘 심심찮게 '혈풍 (血風) 사건' 이 보도된다.

'장부 (丈夫.남편)' 의 바오얼나이 사실을 뒤늦게 안 '파치 (髮妻.조강지처)' 가 '얼나이' 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이다.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참다못해 광둥성부녀연합회가 들고 일어났다.

이대로는 살 수 없으니 대책을 마련하라고 성정부에 따졌다.

결국 광저우시 정법위원회는 4일 '혼인관계중 위법범죄행위 처리규정' 을 발표했다.

'나체 (納妾.축첩)' 를 단순한 불법동거가 아닌 중혼죄 (重婚罪) 로 간주, '파치' 의 고소가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반의사불벌죄 (反意思不罰罪 :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게다가 형량도 과거 '관계청산→반성문 제출' 에서 '형사범으로 입건→3년 노동교양 혹은 2년 징역' 으로 크게 강화했다.

당초 광둥성에다 바오얼나이의 악습을 뿌린 것은 중국과 무역을 하던 홍콩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중국인 현지처를 마련한 뒤 출장 때마다 버젓이 이곳을 이용했다.

홍콩 언론들이 광저우시의 법률 공포를 사회면 머릿기사로 다룬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세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