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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총재 국세청모금 사과 여권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권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국세청모금 관련 사과를 다소 의외로 받아들였다.

국정감사기간중 야당의 기세로 보아 선뜻 李총재가 사과할 것으로 짐작키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은 "당 지도부도 다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고 전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전날 '국세청 모금사건' '총격요청 의혹사건' 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에 한나라당이 극력 반발, 여야간 격돌분위기가 고조됐는데 뜻밖에 李총재가 한 부분이나마 사과했다는 얘기다.

鄭대변인은 "李총재의 사과는 사필귀정 (事必歸正)" 이라며 "결국 사과할 수밖에 없었고, 사과한 것은 잘한 일"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李총재가 "조세권을 흔든 조직적 사건은 아니었다" 고 토를 단데다 총격요청 사건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여권은 '절반의 사과' 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이 세풍과 총격요청사건 분리대응 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보고,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李총재의 책임 인정을 받아내는 쪽으로 공세의 타깃을 옮기고 있다.

鄭대변인은 "李총재는 총격을 요청한 3인조와 생면부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면서 사과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金대통령이 전날 한 재수사 지시는 대 (對) 야당용이 아니라 검찰을 겨냥한 것이라는 여권 핵심의 시각은 음미해 볼만하다.

즉 대통령이 수사중인 사건에 간여않던 종전의 입장을 바꿔가면서까지 검찰을 채찍질한 데는 "검찰은 아직 정권교체가 안됐다" 는 여권내의 불만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여권은 "정황이 있는데도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선언함에 따라 야당의 입장만 살려주는 결과가 됐다" 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여권은 검찰의 보강수사를 통해 최소한 李총재의 동생 회성씨 또는 한나라당 일각의 관련성을 짚어낸 뒤 李총재가 사과할 수밖에 없는 외길로 몰아간다는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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