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 부품규격 통일…1차 48개 표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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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성.LG.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주요 부품의 규격과 모양 등을 하나로 통일시키기로 합의했다.

부품 표준화 (용어 한마디 참조) 는 가전업계의 최대 현안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일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관계에 있는 가전사들의 요구에 따라 일일이 다른 제품을 만들던 부품업체들은 생산라인을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비용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가전사들도 더 싼 값에 부품을 공급받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장난 제품의 부품을 쉽게 구하거나 애프터 서비스를 더욱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가전 3사와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 95년 3월 '가전제품 부품표준화 추진위원회' 를 구성, 논의에 들어간 지 3년7개월만에 1차로 48개 핵심부품에 대한 표준규격을 제정했다고 3일 밝혔다.

규격을 표준화하기로 합의된 부품은 ▶컬러TV (9개) ▶냉장고 (6개) ▶전자레인지 (5개) ▶세탁기 (8개) ▶기타 (20개) 등이다.

특히 여기에는 TV용 전해콘덴서.스피커.파워 스위치 등 핵심부품이 포함돼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이번 부품규격 표준화를 통해 해당 업체마다 15~20% 정도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전업계 전체로는 올해만도 2백62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부품규격 표준화로 해당 부품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청원에 있는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자화전자 제조기술팀 전구락 (田九洛) 팀장은 "과거에는 같은 제품을 세가지로 만들었으나 이제는 생산라인을 하나만 설치해도 돼 생산성을 20% 이상 높일 수 있게 됐다" 며 "특히 향후 신모델 개발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 고 말했다.

또 가전 3사는 부품 표준화와 함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3백50개 품목의 용어를 통일키로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예를 들어 TV 선택버튼의 이름이 현재는 가전 3사별로 '목차' '기능선택' '메뉴' 등으로 달랐으나 앞으로는 '메뉴' 로 통일된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이번 1차 합의에 이어 내년부터 2001년까지 2백여개 과제를 대상으로 2단계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고, 특히 CALS/EC협회 등 관련 기관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전자상거래 시대에 적합한 표준규격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가전제품뿐 아니라 자동차.통신기기 업체끼리도 부품표준화를 적극 추진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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