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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서 21세기 진로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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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1세기 새로운 국학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안동대학 (총장 이진설) 이 주최한 제3회 한국학 국제학술대회가 '국학의 세계화 방향과 국제적 제휴' 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30~31일 안동대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13회에 걸쳐 예정된 국제학술회의 중 96년 '우리 국학의 방향과 과제' , 97년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국학' 에 이어 3회째 열린 학술회의이다.

이번 회의에서 핵심적 쟁점은 한국학 내부에서 세계화를 바라보는 서로 상반되는 두가지 시각을 어떻게 지양 (止揚) 할 수 있는가다.

민족문화를 해체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여 세계화를 거부하는 입장과 한국학도 세계적 보편가치에 조응해 새롭게 해석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세계화를 적극 옹호하는 경향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런 가운데 한국학의 세계화와 동시에 경제적 세계화에 대한 방어기제가 한국학 자체에서 발견될 수 있는가가 주요초점이 됐다.

무력에 의한 세계화를 추진한 '팍스 로마나' 나 기독교에 의해 이뤄진 중세의 세계화와 달리 지금의 세계화가 '자본에 의한 지구적 석권' 이라는 점을 강조한 정운영교수 (경기대.경제학) 는 '문화적 저항' 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즉 '자본주의 폭력의 알리바이' 인 세계화에 대해 '국경 있는 문화의 저항' 을 통해 소비욕망을 자극하는 자본의 논리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키즘' 이 문화적 표준으로 등장하면서 그같은 가능성 조차 사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근대 유럽학문의 패권주의에 맞서기 위해 '다원주의' 로서 한국학을 내세우는 것도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동일교수 (서울대.국문학) 는 "유럽문명권의 패권주의 횡포를 제어하는 자기방어의 수단이나 일원주의의 횡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평가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 를 가질 수 있지만 세계사적 보편성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외국이론에 의존하는 '수입학' 과 그것에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자립학' 의 대립을 넘어서는 '창조학' 을 제안했다.

한편, 이 회의를 준비한 임재해교수 (안동대.민속학) 는 '자본에 의한 세계화' 에 대항하기 위한 제3의 새로운 세계화 개념을 제시했다.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공생이 가능하면서도 동시에 지속적 발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생태학적 세계화를 제안한 그는 그것을 제3세계의 연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민족주의의 폐쇄성을 지적한 헨리 임교수 (UCLA) , 한국사상의 보편적 개념화를 강조한 이진우교수 (계명대.철학) 등 총 1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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