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탕감 분담 은행서 반발 기아 채권단 결정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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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대그룹이 제시한 기아.아시아자동차 부채 탕감 요구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채권단 회의가 채권자간 입장 차이로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처음에는 담보가 없는 제2금융권이 반발했지만 부채 탕감 분담액이 정해지자 이번에는 담보를 확보해둔 은행 등이 현대측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채권단은 현대측이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3조원의 추가 대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할 전망이다.

◇ 부채 탕감 분담방안 = 3차 입찰 이전에 산업은행은 부채 가운데 현금으로 상환받는 돈은 기아차의 경우 무담보 1대 담보 1.79, 아시아차는 1대 1.89의 비율로 나누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탕감 요구액이 7조3천억원에 이르자 얘기가 달라졌다.

이대로 할 경우 담보가 없는 종금사 등은 부채 원금의 16.2%, 담보가 있는 은행 등도 29.6%밖에 건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 엇갈리는 채권단 입장 = 당초 종금사 등은 무더기 자본잠식 사태가 불가피해 기아 부채 탕감으로 인한 손실을 3~5년간 나눠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고 후순위 채권을 정부가 인수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손실의 이연상각은 정부가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이자 제2금융권은 현대안의 수용쪽으로 기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담보가 있는 은행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장기신용은행.수출입은행은 공식적으로 산업은행에 이의를 제기, 현금 상환금 배정비율의 조정을 요구했다.

무담보 1대 담보 2.5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 고심하는 산업은행 = 산업은행은 일단 채권단 회의를 다음달로 넘겨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아 채권단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양쪽을 다 설득할 방법이 없어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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