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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 치열한 경품경쟁 뒷얘기 만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아파트가 당첨되면 세금은 얼마나 물어야 합니까. " "아파트 입주일은 언제고 화장실은 몇개나 있습니까. " "2000년에는 입주가 확실히 보장되는 겁니까. " 최근 끝난 가을 정기바겐세일때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었던 롯데백화점 판촉팀은 경품행사기간 내내 '김칫국' 부터 마시는 이런 문의전화들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 행사에 경품 응모객만 90여만명이 몰렸고, 그덕에 매출도 예상보다 2~3% 늘어나 롯데측은 '아이디어' 덕을 톡톡히 봤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후 판매촉진에 '백약이 무효' 한 상황에서 그나마 '경품' 과 '할인행사' 로 연명하던 백화점업계가 '기발한 경품아이디어' 짜내기에 비상이 걸렸다.

돈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뉴코아는 아예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받고싶은 경품' 이 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현금 5백만원' 을 세일 말미에 경품으로 내걸었다.

LG백화점은 요크셔테리아 등 20~30만원대의 애완견을 경품으로 내걸어 '어린이 정서' 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또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행사 전날까지 회사 내부에서 조차도 경품 품목은 극비사항으로 보안에 부쳐진다.

백화점마다 경쟁사가 무슨 경품을 내놓을 것인지를 탐지하느라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런 '경품열풍' 은 바겐세일 경품행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백화점마다 창립.개점기념행사를 명목으로 다시 불 붙을 조짐이다.

그랜드백화점이 일산점 개점2주년 행사로 30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일산 교화지구 월드메르디앙아파트 28평형을 경품으로 내놓았고 신세계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조선호텔 숙식권.뷔페권 등을 경품으로 걸었다.

현대도 압구정점 개점기념으로 다음달부터 축하행사에 들어가면서 경품전을 벌일 계획이나 경품내용은 아직 비밀에 부쳐져 있다.

경품행사는 백화점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대는 것보다는 해당업체들과 공동홍보를 하는 이른바 '조인트 행사' 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엔 백화점 경품열풍과 홍보비 부족 등으로 아파트.영화업계 등 각종 업체들이 '경품을 제공할테니 홍보를 함께 해달라' 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아파트경품도 미분양 등으로 고민하는 아파트업체가 홍보전략을 마련하던 중 백화점과 연결돼 공동마케팅 차원에서 실시하게 됐다는 것.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여러 리조트체인.골프장 등이 회원권을 제공하겠다며 앞을 다퉈 찾아오고 있다" 며 "그러나 이런 경품은 화제를 모을 수 있어도 사회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소지가 커 거절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밖에 영화.연극계도 불황탈출을 위해 백화점 경품행사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

그러나 백화점업계 관계자들도 이런 '경품열풍' 과 관련해 "아예 용지를 수백장씩 구해 응모하는 '꾼' 들이 있는가 하면 탈락한 소비자들이 전화를 걸어 허탈감을 표시하거나 화풀이를 하는 사례가 많다" 며 "아파트경품 등 경품과열현상은 후유증도 심각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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