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부부] 유도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병주·김미정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 아테네 올림픽에 방송해설자와 심판으로 참가하는 유도 올림픽 메달리스트 부부 김병주.김미정씨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신동연 기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유도에서 동메달과 금메달을 따냈던 김병주(36.공군사관학교 체육처 교수).김미정(33.용인대 유도학과 교수)씨 부부가 아테네 올림픽에도 함께 간다. 이번엔 선수로서가 아니라 방송사 해설위원(남편)과 심판(아내)으로서다. 이들 부부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각각 경쟁 방송사의 해설자로 일한 바 있다. 아내 김씨는 2002년 12월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했다. 지난해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국제심판을 맡았고, 이번이 두번째다.

"신화의 고장 아테네 해변에서 모처럼 만의 멋진 데이트 기회요? '깨몽'이에요. 만날 수도 없고, 그럴 겨를도 없을 거예요."(김미정씨)

"시드니 때는 서로 만나 조언도 해줬지요. 아내가 첫 방송 때 많이 헤맸다고 그래서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해 준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이번엔 신분이 달라서…." (김병주씨)

이들 부부는 올림픽 때 유도경기장에 같이 있으면서도 먼발치에서나 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숙소도, 스케줄도 따로 따로다. 게다가 조직위 측은 신변 안전과 판정을 둘러싼 잡음 방지 등을 이유로 심판을 외부와 철저히 격리할 방침이다.

이들은 94년 12월 결혼했다. 신혼 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줄곧 주말 부부로 지낸다. 집은 아내의 직장 근처인 용인에 있지만 남편은 청주에서 숙식한다. 세 자녀(2남1녀)는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아내가 키운다. 남편은 이 점이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도중 묻지도 않은 가사 분담 얘기를 늘어놓았다. "재활용품 수거 등은 제 몫입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놀아줍니다. 그게 당연하지 않아요?"

남편의 방송을 모니터하는 것은 아내가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해오는 일이다. 김병주씨는 해설할 때 '싸인'이란 말 대신 '주문한다'는 표현을 즐겨쓴다. 잘 되지도 않는 'ㅆ'발음(그는 경상도 출신이다)을 하느라 애먹지 말고 차라리 우리 말 용어를 사용하라는 아내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여자가 밖에서 일하려면 제약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둘이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남편이 이해를 잘 해줘요. 예컨대 급하게 무슨 모임에 가야할 때 구구히 설명 안해도 '음, 그 모임이라면 가야겠지'하는 식이지요."(김미정씨)

김병주씨는 "아내가 자기 일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 유도계는 물론 여성 체육계, 나아가 전체 체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 남편에게 김미정씨는 "내 일을 하느라 바빠 아내로서 해줘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용택 기자<lytak@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