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수영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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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서부재활체육센터에서 회원들이 아쿠아 운동(일명 아쿠아로빅)을 하고 있다. 임승혜 강사가 동작을 이끌고 있다. [신인섭 기자]

대표적인 여름 스포츠인 수영이 요즘 대중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부진한 성적을 올렸지만 최근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신기록 행진이 이어졌다. 수영은 엘리트 스포츠이면서 걷기·조깅 등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운동이다. 수영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중강도로 20분 넘게 해야 지방 소모

경기도 성남에 사는 주부 김모(65)씨는 매일 아침을 인근 수영장에서 보낸다. 벌써 1년8개월째다. 애초에 72㎏(키 1m60㎝)이던 체중을 빼보려고 시작했는데 지금도 70㎏을 오르내린다. 김씨는 “수영 기술·요령은 늘었지만 체중은 요지부동”이라며 “요즘은 그냥 수영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수영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운동일까. 건국대 스포츠과학부 차광석 교수는 다소 회의적이다. 2007년 그는 서울 잠실의 한 수영장 회원들의 체력·체격 등을 조사했다. 관절 유연성은 확실히 수영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예상 외로 과체중·비만인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모두 수영 경력이 1년 넘은 사람들이었다.

수영은 고강도의 운동이다. 살을 빼는 데는 고강도의 운동을 짧게 하는 것보다 저(底)강도나 중(中)강도의 운동(최대 심박수의 60~80회)을 오래(30분 이상)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시작한 지 20분은 지나야 몸 안의 지방이 운동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살을 빼는 데에는 90분간 천천히 걷기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체중 감량이 주목적이라면 수영+아쿠아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중년 여성을 수영만 하는 그룹과 아쿠아 운동을 같이 하는 그룹으로 나눠 10주간 수영(매주 4회, 1회 60분)을 하도록 했다. ‘수영+아쿠아 운동’ 그룹은 체중이 평균 3.1㎏ 빠졌다. 수영만 한 그룹(2㎏ 감량)에 비해 감량 효과가 높았다. 체지방도 더 많이 줄었다(『한국스포츠리서치』 2007년 18권).

관절 통증 완화 … 골다공증 예방엔 안 좋아

주말마다 산에 오르던 직장인 이윤경(37·여·서울 신길동)씨는 지난해 11월 등산을 포기했다. 계단을 내려가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심한 무릎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X선 검사 결과 무릎 연골이 심하게 닳아 퇴행성 관절염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등산 대신 수영을 권했다. 이씨는 “수영(주 3~4회, 1회 1시간)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무릎 통증이 확실히 완화됐다”며 “3개월 후부터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통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영이 무릎 통증·요통·관절염 환자에게 좋은 이유는 수중에선 물의 부력으로 인해 체중의 부담이 90% 줄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인식 교수는 “운동하다 갑자기 동작을 바꾸거나 이로 인해 충격을 받아도 물 속에서는 수압과 물의 저항이 흡수해주기 때문에 관절이나 허리가 좋지 않은 환자한테 수영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엔 별 도움이 안 되는 운동이다. 바닥에 자신의 체중을 실어 뼈를 자극해야 뼈가 튼튼해지는데 수영은 체중 부담이 거의 없는 운동이다. 따라서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높은 폐경기 여성이라면 수영에다 걷기·등산 등 중력을 받는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평소 감기가 잦은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며 “수영하면 물 밖에 있을 때에 비해 체열이 25배나 많이 빼앗겨 신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예방엔 좋지만 심장엔 부담

12주간 수영 훈련을 받은 대학생들의 혈중 HDL 콜레스테롤(혈관 건강에 유익) 수치는 평균 16% 증가한 반면 총 콜레스테롤(혈관 건강에 유해) 수치는 17% 감소했다(『한국스포츠리서치』 2007년 18권).

진영수 교수는 “수영은 충실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 심혈관질환 예방에 유익한 운동”이며 “심폐 지구력을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장병 환자라면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 운동량이 같더라도 수영처럼 상체를 주로 쓰는 운동은 하체 운동에 비해 심장에 주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수영은 어깨와 허리에 약도 주고 병도 준다. 적당히 즐기면 어깨 관절이 유연해지고 허리 통증이 완화된다. 그러나 지나치면 어깨 통증, 어깨 충돌 증후군,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아주대병원 재활의학과 윤승현 교수는 “수영 도중 어깨가 심하게 아프거나 수영 후 두 시간이 지나도록 어깨가 아프면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며 “철저한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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