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운 후계 권력 시스템의 전환-]김정일 시대 총결산, 3세대 체제 막 올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6호 22면

북한이 4월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개정 헌법의 명확한 조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방송이나 방북 학자를 통해 그 내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4월 23~30일 방북해 사회과학원의 법률학자와 만났던 미무라 미쓰히로(三村光弘.사진)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니가타시) 연구원을 지난달 말 서울에서 만나 헌법 개정 내용과 의미를 들어봤다. 미무라 연구원은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으로 오사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북한법 전문가다.

헌법 개정-국방위원장을 국가 최고 지위로 명시

-국방위원장이나 국방위원회 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기존 1998년 헌법은 제6장(국가 기구)의 1절이 최고인민회의, 2절이 국방위원회 규정이다. 국방위원장은 국방위원회 규정 안에서 ‘일체의 무력을 지휘 통솔하며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최고인민회의와 국방위원회 사이에 별도로 국방위원회 위원장 절을 신설하고 직무도 ‘국가의 전반 사업을 지도한다’로 수정했다고 했다. 국방위원장이 산하 국방위원회를 지도할 뿐만 아니라 입법·행정·사법의 각 분야에서 최고 지위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국방위원장의 직무에 관한 다른 설명은 없었나.
“중요한 조약의 비준과 폐기, 특사, 비상 사태의 선언 등을 할 수 있도록 폭넓은 권한을 부여했다고 했다. 북한에서 비준은 의회 비준이 아니라 허가의 의미다. ‘중요한 조약’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직 해석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정전협정이나 평화조약 등이 아닐까 판단하고 있다(특사권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국방위원장으로 이관된 것은 4~5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때 미국의 두 여기자가 김정일 위원장의 명령으로 석방됐다고 북한 방송이 밝힘으로써 확인됐다).”

-국방위원장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김일성 생존 시의 주석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두 직책의 차이는.
“그쪽에서 여러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남)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규정은 그대로인가.
“명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김영남은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비동맹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선군정치가 이번 헌법 개정에 투영되지는 않았는지.
“제1장 정치 조항의 ‘주권은 노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는 규정에 군인이 추가됐다고 했다. 제4장 국방 조항의 ‘무장력의 사명’ 규정에 ‘혁명의 수뇌부를 지킨다’는 것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번 헌법 개정이 갖는 의미는.
“단편적으로 들은 만큼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선군사상과 생각이 전면적으로 반영된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일성이 사망한) 94년 김정일 정권이 시작됐지만 15년이 지난 올해 긴급 피난 체제에서 평시의 체제로 돌아왔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승계가 끝났다는 의미다.”

-헌법 개정이 후계 문제와 어떻게 연관돼 있다고 보나.
“비상 상태에서 후계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렵다. 평시의 체제가 된 만큼 앞으로 후계 문제 논의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개정 헌법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자구의 수정 의견이 있을 경우 시간이 걸린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국방위원장 직책에 관한 변경이 있었던 만큼 공식적인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충분히 토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