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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회사채도 없어 못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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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의 침체를 피해 시중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까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우량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좀처럼 유통물량으로 나오지 않자 위험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회사채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량 회사채와 비우량 회사채 간의 금리차도 부쩍 좁혀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와 BBB- 간의 금리 차는 지난해 10월 4.55%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2일엔 4.18%포인트로 0.27%포인트 좁혀졌다. 경기 불황일 땐 위험성이 커져 신용등급별 회사채 금리 차가 커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채권투자 수요가 워낙 커지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채권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은 반면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는 물량이 많지 않아 신용등급이 BBB급 이하라 하더라도 수익률만 높으면 회사채가 나오기 바쁘게 팔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았던 중소기업들은 이 틈을 타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7월엔 BBB급과 BBB-급 회사채는 신규 발행액이 만기 상환액보다 1565억원과 1300억원 더 많았다.

장단기 금리 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월 한때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던 3년 만기 국고채와 콜금리의 차이는 4일 현재 0.31%포인트로 크게 줄어들었다. 향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장기간 안정적인 이자를 주는 장기 채권 수요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분석가는 비우량 회사채의 투자 위험을 지적하기도 한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증시의 약세로 투자자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투자 대안으로 선호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경기가 나빠져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일에도 채권 금리는 하락 행진을 지속해 각종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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