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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땅 투기…충청권도 식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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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땅 투기 열풍이 식고 있다. 상반기 토지시장을 이끌었던 충청권과 경기도 파주 등 선발지역은 최근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세도 멈췄다. 값이 많이 뛰고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 조짐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규제가 강화돼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 청양.홍성.예산과 강원 원주 등 후발 지역에서만 기획부동산의 '끝물 투기판'이 벌어지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땅을 싼값에 사들인 뒤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턱없이 비싸게 쪼개 파는 업체다. JMK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경기가 침체한 데다 가격마저 급등함에 따라 충청권 등을 중심으로 조정기에 들어갔다"며 "후발지역에서 기획부동산이 막바지 투기판을 벌이고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발지역은 2분기 분수령으로 고개 숙여=지난해 이후 외지인의 땅 투자가 집중됐던 충남 천안.아산.당진과 수도 이전 후보지인 연기군 등은 최근 땅값 오름세가 주춤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2분기 땅값 상승률이 5~9%로 절정을 이뤘으나 지난달부터 거래가 줄면서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

아산시 음봉면 이면도로 밭은 지난 3월엔 평당 60만원이었지만 최근 45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한 중개업자는 "규제 강화로 거래가 끊기다 보니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투기바람을 타고 2분기에 땅값이 6%나 오른 충남 당진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진군 A공인 박모(42)씨는 "외지인의 매입 문의가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땅값도 보합세"라고 전했다.

개성공단 착공, LCD단지 조성 등의 개발재료에다 파주신도시의 보상금까지 풀려 올 초부터 땅값이 치솟은 파주 교하와 문산 일대도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탄현월롱면 등 도로변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땅값은 올 초보다 두 배 정도 오른 평당 200만원을 호가하나 매수세가 끊겼다.

거래가 안 되자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산읍 내포리 2차선 도로변 관리지역의 경우 한달 전 평당 150만원이었으나 요즘은 평당 120만~130만원짜리 매물도 나온다. 파주시 탄현면 흙부동산 김용영 사장은 "상반기에만 땅값이 50~100% 오른 데다 투기지역 지정 소문까지 나돌아 공장부지를 찾는 일부 실수요 외에는 찾는 발걸음이 없다"고 귀띔했다.

◇후발지역에선 기획부동산만 기승=기획부동산은 땅값이 싼 지역으로 몰려가 편법.사기를 일삼으며 땅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충청권의 경우 충남 청양.홍성.서천 등이 뒤늦게 들썩이고 있다. 홍성에선 충남도청 이전을 둘러싸고 가짜 개발도면이 나돈다.

주부 K씨는 최근 기획부동산으로부터 홍성의 임야 110평을 평당 34만원에 샀다가 낭패를 봤다. 계약 후 시세를 알아보니 평당 1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홍성에 도청이 들어서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샀다"며 후회했다.

서산의 염전 200평을 평당 24만원에 산 P씨는 "염전이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릴 것이라며 개발계획도까지 보여줘 샀는데 속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설이 나도는 강원도 원주의 경우 기획부동산들이 평당 10만원 정도에 임야를 산 뒤 외지인들에게 45만~50만원에 되팔고 있다.

기획부동산들은 경남 밀양.김해, 강원 강릉까지 진출했다. 밀양시 내이동 K부동산 관계자는 "밀양을 지나는 부산~대구 고속도로가 건설된다는 재료를 내세워 서울.부산지역 기획부동산들이 토지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바람에 밀양시 산내면 일대 관리지역 논밭은 평당 10만~15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가량 뛰었다.

성종수.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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