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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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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62년. 일본의 음반 제작자 자니 기타자와는 네 미소년으로 결성된 4인조 그룹 자니즈를 선보였다. 멤버들의 당시 나이는 16세에서 18세. 이들이 성공을 거두자 기타자와는 아예 미소년 아이돌 그룹 전문 기획사를 차렸다. 이것이 지금껏 일본 연예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니즈사무소의 시작이다.

아이돌 그룹의 역사는 곧 자니즈의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팝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보이 밴드의 시작은 어린 마이클 잭슨의 잭슨5로 보지만 제작자가 재능 있는 10대들을 선발해 ‘기획상품’으로 육성한 보이 그룹은 84년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효시다. 이 분야에선 미국보다 20년 이상 빨랐던 자니즈는 80년대의 쇼넨타이(少年隊), 90년대의 SMAP, 그리고 현재 최고인 캇툰(KAT-TUN) 등 끊임없이 아이돌 스타들을 내놓으며 정상을 굳게 지키고 있다. 최근에서야 이런 자니즈의 벽을 깨고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산 아이돌 그룹이 나타났다. 바로 동방신기다.

2005년 일본 진출 이후 동방신기는 싱글과 앨범을 합해 234만 장의 CD를 팔아 치웠다. 지난해는 6장의 싱글이 연속으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이런 동방신기의 내홍은 한국만의 뉴스가 아니다. 해체설에 온 아시아 팬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속사에 반기를 든 세 멤버는 “13년이란 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이라며 부당한 수익 배분과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소속사 SM은 수익 배분은 정당했고 지금까지 지급된 현금만 110억원에 달한다고 맞섰다. 13년은 확실히 길지만 110억원은 적은 돈일까. 공시자료에 따르면 동방신기가 데뷔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SM의 총매출액은 1487억원이다. 연매출 평균 300억원이 안 되는 회사에서 소속 연예인 한 팀에 5년간 110억원을 지급했다면 ‘착취’라는 단어는 좀 어색하게 보인다. 최근 4년간 이 회사의 영업수지 합계는 64억원 적자다.

50년이 돼 가는 자니즈의 역사에서 한 가지 철칙은 “어떤 아이돌 그룹 출신 연예인도 그룹 멤버일 때보다 성공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20년 남짓 된 한국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또 동방신기라는 브랜드는 전 아시아를 대상으로 볼 때 아직 성장 중이다. 지금부터 거둘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다. 국익 차원에서라도 갈등의 봉합을 기대해 본다.

송원섭 JES 콘텐트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