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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고비 넘은 중동 평화협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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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5일부터 계속돼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23일 마침내 타결됐다.

이번 협상은 한때 결렬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양측의 인내, 그리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집요한 설득과 중재로 결실을 본 것이다.

93년 9월 체결된 중동평화에 관한 오슬로협정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잠정자치에 합의했으며, 95년 9월 양측은 자치확대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협상 주역인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살해돼 협상은 난관에 봉착했다.

96년 6월 우익 강경파 리쿠드당 중심의 연립정권이 들어서면서 평화구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안보 있는 평화' 를 강조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무장그룹 단속, 테러용의자의 이스라엘 인도를 요구하면서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해 왔다.

이 때문에 평화협상은 19개월 이상 진척이 없었다.

보다 못한 미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며, 클린턴 대통령은 공식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협상에 매달렸다.

이번 평화협정의 성격은 영토와 평화의 교환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은 서안 점령지에서 추가로 병력을 13% 철수시키고,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정치범 3천5백명중 7백50명을 단계적으로 석방한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 헌장 가운데 이스라엘 파괴조항을 삭제하며, 미중앙정보국 (CIA) 감독 아래 테러리스트들을 단속하고 무기를 압수하기로 했다.

이어 내년 5월 예루살렘의 지위와 팔레스타인 국가에 관한 최종협상을 갖는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정은 고개를 하나 넘었을 뿐이다.

이번 합의로 해체될 운명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거부의사를 밝혔으며,점령지 정착민 중심의 이스라엘 강경파는 이번 협정을 '반역' 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이 협정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견원지간 (犬猿之間) 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방법은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리듯 서로가 이익을 하나하나 찾아 나가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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