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타결 의미]중동평화 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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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반목과 갈등으로 얼룩져 온 중동에 평화가 깃들이고 있다.

이번 평화협정은 78년 9월 이스라엘.이집트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93년 '땅과 평화의 교환' 을 규정한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간의 오슬로 협정에 이은 또하나의 결실. 서로 총구를 겨누던 두 적 (敵) 이 평화를 약속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번에 점령지 (땅) 를 양보하는 대신 안보 (평화) 를 선택했다.

팔레스타인에 서안의 40% 지역을 모두 넘기는 대신 이스라엘은 6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 창설때 제정한 헌장의 '이스라엘 파괴' 조항을 폐기시키고 불법 무기도 회수하게 함으로써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협상으로 서안의 40%와 가자 지역의 60%를 통치하며 튀니지.레바논 등에 흩어져 있는 4백만여 팔레스타인인들을 귀환시킬 예정이다.

이어 99년 5월까지는 독립국가도 출범시키게 된다.

이번 협정은 또 48년 이스라엘의 독립국가 건설로 시작된 이스라엘 - 아랍국가들간의 끝없는 영토분쟁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67년 이스라엘은 '6일 전쟁' 을 통해 이집트.요르단.시리아로부터 각각 가자.요르단강 서안.골란고원을 점령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가자에 이어 요르단강 서안문제가 해결돼 미제로 남은 골란고원 반환문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보복으로 점철된 양측의 역사로 볼 때 분쟁이 불식됐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마스 등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치 않는 과격 무장단체들이 반발하고 있고 이스라엘내 강경파들도 영토 반환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양측 국경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겠다는 입장 등도 변수다.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화해의 정신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이번 협정은 언제라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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