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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언론인 인터뷰 전문 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정희 이후의 대통령들은요?

"전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에 한국 GNP성장률이 연 평균 10.1%였습니다. 185개국 중에서 1등이었어요. 그 기간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 침체기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 민심이 이탈돼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광주사태’와 5.17 계엄확대 조치는 사실 쿠데타죠. 쿠데타를 일으켜서 정권을 잡았어요. 하지만 물러날 때는 6.29선언을 하고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였어요. 독재자로 집권해서 ‘민주적 지도자’ 가 돼서 물러났기 때문에 지금 여생을 안전하게 보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서울 올림픽을 성공시켜서 북방정책으로 나아가는 길을 텄죠. 북방정책을 통해서 한민족의 생활 공간을 2배 정도로 확대했죠. 이건 노태우 대통령도 함께 공이 있죠. 노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실천한 분입니다. 민주화를 요구한 사람은 김영삼, 김대중, 학생들이지만 막상 권력을 잡아서 민주화를 실천한 사람은 노 대통령입니다. ‘물태우’란 말을 들으면서까지 공권력 행사를 자제했죠. 무리하게 자제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법치 붕괴의 현상이 그 때부터 시작된 면은 있어요. 그리고 일을 많이 했어요. 서울 올림픽 유치를 지휘했고 1992년에 한·중 수교를 했지요. 한·중 수교는 한국의 경제 생명줄을 하나 더 만든 거 아닙니까? 한·미 동맹이 안보의 생명줄이었다면, 한·중 수교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한국 경제의 생명줄로 만든 거 아닙니까? 지금 한·중 무역액이 한·미, 한·일 무역액을 합친 것과 같아요. 노 대통령은 이중의 전환기 때 대통령이 됐지요. 외부적으로는 공산권이 붕괴됐을 때고, 내부적으로는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로 바뀌는 이중의 전환기에서 국가 대전략을 정확하게 세운 사람이죠. 바깥으론 북방정책, 안으로는 전면적인 민주화. 그래서 높이 평가 합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선 대통령들보다 굉장히 부정적으로 봅니다. 첫째는 이 세 사람이 소위 민주투사였다는 것이 한계죠. 큰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 조직을 생산적으로 건설적으로 운영해 본 적이 없다, 시스템을 잘 모른다, 주변에 투사들만 모으고 엘리트들을 모으지 않는다, 말이 너무 앞선다, 정책을 선동적으로 집행한다. 그런게 공통점이죠. 김영삼 대통령은 보수 정치인이면서 행동은 좌파의 숙주(宿主) 역할을 했죠. 한국 사회의 좌경화는 김 대통령이 집권한 93년부터 결정적인 국면으로 들어갔어요. 가장 먼저 한 것이 한국 현대사의 정통성 부인 아니었습니까? ‘문민정부’라는 말을 썼는데 틀린거죠. 군인은 정부도 아니고 국민도 아닙니까. 문민정부라는 통합이 아니고 남을 배제하는 명칭을 걸고 문민정부의 정통성은 상해임시정부에서 바로 이어진다고 했지요. 지난 정권들의 정통성을 모조리 부정했어요. 역사에 묻고 갔어야 할 12.12사태, 광주사태를 법정에서 문제 삼아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냈죠. ‘5.18 특별법’이란 게 사실 위헌적인 거죠, 소급입법을 했으니까. 그 다음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건물, 역사 그 자체인 중앙청을 조선총독부 건물이라고 해서 없애 버렸죠. 보수 연합구도인 민자당을 해체해서 JP를 쫓아내고 TK세력을 소외시키고 해서 결국 보수 분열을 가져왔습니다. 김대중 좌파 정권이 들어 설 수 있는 카페트를 깐 사람이 김영삼 대통령이죠. 그래서 저는 ‘좌파 숙주’라는 표현을 써요."

-대단히 부정적이시네요.

“김대중씨는 2000년 6월 15일 김정일 만나고 난 다음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 앞의 2년은 외환위기에서 한국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나름대로 긍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그러나 6.15선언이라는 반(反) 헌법적인 거래를 한 다음에는 완전히 북한 김정일의 인질이 된 것처럼 행동했어요. 북한의 핵 미사일개발에 쓰일 돈을 갖다 주고. 6.15 선언을 통해서 남한의 친북좌익세력들이 공개적으로 친북적, 반 국가적, 반 헌법적 활동을 하도록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사문화 시켜버렸어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니까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서 제재를 못하게 만들고. 지금까지도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고 김정일의 핵 실험을 옹호하는 그럼 사람이 돼버린 거죠.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씨의 노선을 이어받았습니다. 그걸 한층 더 친북좌익적으로 만들었죠. 김대중 때부터 대한민국이 탈선한 국가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는 비행기에 비유한다면 반(反) 헌법적 생각을 가진 집단이 조종실을 장악해서 남쪽으로 가야 할 나라를 북쪽으로 돌려 놓은 거 아닙니까. 그래도 승객들이 들고 일어나서 2007년 12월 대선에서 선거를 통해서 심판을 해서, 북쪽으로 가던 비행기를 다시 남쪽으로 돌려 놓은 것이죠."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이 대통령은 최초의 상인 출신 대통령이죠. 그 점을 굉장히 높이 평가해요. 상인은 손해 볼 일을 별로 안 하지. 그래서 대한민국도 손해 보지 않는 그런 5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경제 관리도 이만하면 잘하고, 한미동맹 복원한 건 정말 잘 한 거고, 남북관계에서도 뜯어 먹히지 않으니까 저는 잘 했다고 봐요. 법치 확립이라는 이 시대적 사명에 대해서 너무 용기가 없이 대처하는 바람에, 폭력 국회, 쌍용자동차 사태, 작년에 있었던 촛불 난동시위, 이런 걸 통해서 성실하고 법 지키는 국민들이 ‘불안해서 못 살겠다, 화가 나서 못 살겠다’고 하는 이런 사태를 만들어 놨어요."

-이대통령이 왜 법치부분에서 무른 모습을 보인다고 보십니까.

“헌법의 힘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연설에서 헌법이 인용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헌법에서 구해야 되거든요. 대통령이 왜 힘이 있습니까? 모든 행동에 헌법적 뒷받침이 들어가니까 무서운 거예요. 그런데 헌법을 우습게 생각하고, 또는 헌법 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약한 존재가 돼 버렸어요. 경찰관이 힘이 있는 건 그 사람이 뭐 레슬링 선수라서가 아니라 그 뒤에 국법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경찰관이 ‘법률 이거 별 거 아니다’라고 하면 깡패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닙니까. 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의 기초인 헌법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느냐? 그것은 이념무장이 소홀하고 본인 스스로가 이념이란 말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저는 생각해요."

-작년 촛불시위는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가적 진실을 방어를 해야 할 사람이 대통령과 정부입니다. 국가적 진실을 방어하지 못하니까 거짓말이 판을 치고, 정의를 세울 수가 없었어요. MBC PD수첩이 지난해 4월29일 50분 동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희대의 거짓 선동방송을 했죠. 그것이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친북좌익 세력들이 대중동원을 할 때 즉 4월 말이나 5월 초에 대통령이 바로 나섰어야지요. 지금 MBC PD수첩이 보도하고 그걸 확대 재생산한 MBC 뉴스데스크는 완전히 거짓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어야죠.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 우선 나부터 퇴임할 때까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먹겠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단호하게 맞서고, 야간 촛불시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그대로 적용했더라면 초장에 막을 수 있었어요.그런데 그건 안하고 계속 ‘소통 부족입니다’ ‘협상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습니다’, ‘나도 한 때 데모를 한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대통령은 계속 사과하고 MBC PD수첩, 거기다 KBS까지 합세를 해서 떠드니까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한 게 맞구나’하고 속은 게 아닙니까? 국민의 60%가 속았습니다. 그러니까 몰려 나온 거죠."

-협상과정이 졸속이었던 건 사실 아닙니까?

“저는 인정 안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사람이 미국 3억 인구와 117개 수입국의 국민이다. 그 중에서 단 한 사람도 인간 광우병에 걸린 적이 없다. 미국에서 1년 동안에 벼락 맞아 죽는 사람이 100명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확률로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안전하다. 그렇다면 협상이 졸속이고 뭐고가 있습니까? 또 한국에 들어올 때 여러 단서를 많이 만들지 않았습니까? 최선을 다한 것이죠. 사실은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야기한 식으로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했으면 조기에 잠재웠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게 대통령의 용기 부족이라고 봐요, 신념의 부족이고. 화가 나서라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이 화가 날 때 화가 났어야죠."

-폭력시위는 안되지만 국민이 정당하게 항의와 거부의사를 표현할수 있는게 아닐까요.

“시위를 핵심적으로 선동하고 주도한 세력은 MBC와 당시 ‘한국진보연대’라고 하는 좌파 총연합체가 핵심 그룹이었죠. 이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거짓선동을 했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거기에 속은 사람들 많지요. 그때 조사를 하면 ‘미국 쇠고기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50%를 넘은 적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호기심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사람 구경을 좋아하니까 몰려온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죠. "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속았다고 보십니까.

“한국이 경제·과학·기술·군대, 이런 면에서는 선진국으로 갔는데, 우리가 아직도 선진국이 못 되고 있는 부분은 정치나 언론, 학계가 아니겠습니까. 선진국이 못 되고 있는 이유를 국민에게 묻는다면, 선동에 잘 속는 국민이란 거죠. 아무리 방송이 선동했어도 일본 사람이라면 안 속았을 겁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그런 선동을 했으면 NHK는 1주일 안에 문을 닫았겠죠. 그건 국민 교양 수준을 보여주는 겁니다. 선동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속을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굉장히 고민해야 할 분야입니다."

-속은 데는 시민의 책임도 있다는 건가요.

“선진 민주국가 국민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죠. 왜 속습니까? 아무리 속이는 방송을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몇 개만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미국 사람들은 쌀처럼 쇠고기를 먹는데 아직도 한 사람도 병에 안 걸렸다. 그런데 방송은 너무한 거 아니냐. 외국에선 저렇게 안 하는데 이 사람들은 왜 이러냐? 이렇게 몇 개만 생각하면 됐을 텐데요. 한국 사람들은 분별력이 굉장히 약해요. 말에 참 잘 속거든요. 민주주의를 외치면 민주투사다. 평화를 외치면 김정일이라도 평화주의자다. 민족반역자인데도 민족을 외치니까 민족주의자다. 이렇게 말에 잘 속아요. 행동을 보고 판단하고 그 사람의 과거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오늘의 말에 속아 넘어가서 퇴보 세력을 진보라고 미화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언론의 책임이지만, 또 거기에 속는 국민도 있는 거죠."

-한국민이 특별히 어리석은 겁니까.

“외국에서 조사한 국민 평균 IQ 랭킹을 보면 한국이 전세계에서 1등이에요. 한데 속는 데도 세계 1등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는 117개국중 어느 나라도 이렇게 아우성을 치지 않았다. 유독 한국 사람만,더구나 인터넷 보급률이 1등인 나라가 이렇게 됐다. 저는 이게 우리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남을 속이는 일에 종사하기 때문입니다. 방송국에 있고, 정치부문에 있고, 학계와 친북사회단체에 있습니다. 이렇게 남을 속이는 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인구조사를 해 봤으면 좋겠어요. 수십만명은 넘을 것 같아요. 이 사람들 끈질깁니다. 나름대로의 광신적인 이념으로 무장돼 있고. 국회에도 들어가 있고. 그래서 암 덩어리죠. 남을 속이는 데 끈질기고 머리 좋은 이 집단이 한국 사람 전체의 수준을 내려 앉혀서 공멸의 길로 갈 수도 있죠. 이 집단을 순화시킬 것인가, 이들과 함께 우리가 공멸하게 내버려 둘 것인가, 이 두 가지 힘이 한국사회에서 격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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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종혁 문화스포츠 에디터
정리=배노필, 사진=김상선 기자 penbae@joongang.co.kr>

☞조갑제 대표=1945년 생. 부산 출신으로 당시 국립 부산수산대(현재 '부경대')를 다니다 국제신보(현재 '국제신문'으로 제호 변경)에 입사해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마당 편집장과 월간조선 편집장을 거쳤다. 현재 조갑제닷컴 대표. 전 13권에 달하는『박정희 전기-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포함해 다수의 책을 냈다.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유고-10.26사건의 기록』(전2권)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김대중의 정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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