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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청 막을길 없나]일본 법원사상 감청허용 4건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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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법도청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수사기관은 '적법한 감청' 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기부 등 수사기관의 감청부서 및 장비에 대한 외부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사기관의 감청부서와 장비에 대해서는 내부접근조차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감청요원의 내부고발이나 물증이 없는 이상 도청을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천회선의 감청전용회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안기부의 올 상반기 합법적 감청이 3백97건에 불과하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해말 대선 당시 안기부 내부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감청기록이 일부 나돌았으나 이는 특수한 정치상황에서 비롯된 예외사례라고 할 수 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도청을 막기 위해서는 현장감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현장확인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당내에 포진한 전직 안기부 고위간부 출신 인사들의 '훈수' 가 작용한 결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사후에라도 도청사실이 드러날 경우 당시 지휘감독 책임자를 문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으로 감청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48시간에 한해서는 일단 감청부터 한 뒤 사후 허가를 구하는 긴급처분 조항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요하면 어떤 통신이든 무차별 감청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청 허용범죄를 너무 포괄적으로 정해놓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감청허가 대상범죄로 내란.외환의 죄 외에 교통방해죄, 절도죄, 사기공갈죄, 심지어 간통죄 등을 포함시켜놓고 있다.

더구나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을 때' 도 감청을 할 수 있다.

성신여대 조시현 (법학과) 교수는 "이같은 포괄적 조항은 개인의 모든 생활영역을 감시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 며 "헌법에 규정된 사생활보호권을 침해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법원의 감시도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8월까지 수사기관이 신청한 2천2백89건중 법원이 기각한 것은 고작 24건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 기각률이 단 1%인 것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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