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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난 이미지, 노노 갈등 … ‘재정비’ 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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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회생의 희망인 생산 재개에 대해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2, 3주면 생산이 가능하다”고 확인해줬다. 점거 농성장으로 이용된 도장 2공장의 핵심 시설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법원 채권단 집회에서도 쌍용차는 청산이 아닌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당초 파업이 더 이어졌다면 청산계획안을 낼 예정이었다. 쌍용차는 파업 기간에 1만459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316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

하지만 생산과 판매가 정상화되더라도 회생을 위해선 난제가 쌓여 있다. 우선 땅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장기 파업으로 점거자와 비점거자가 둘로 갈리는 바람에 생긴 노노 갈등의 상처도 치유해야 한다.

다음 달 채권단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조기 정상화 가능할까=쌍용차가 회생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첫 고비는 생산 재개와 판매 회복이다. 석 달 가까이 멈춘 생산라인의 조속한 재건이 가장 큰 관심사다. 특히 도장 2공장 등 핵심 시설이 문제다.

쌍용차 홍보팀 정무영 부장은 “부품 조립 공장 등은 농성 용품이 쌓여 있는 등 대대적인 청소는 필요하지만, 핵심 시설과 장비 등의 훼손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회사가 단전 조치를 했던 도장 2공장도 내부 발전기가 가동됐다고 한다. 페인트를 굳지 않게 하는 주요 장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판매 정상화도 시급하다. 연말까지 내수 판매가 월 3000대 이상으로 회복돼야 한다. 수출을 포함해 월 1만 대는 판매돼야 정상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품 공급망 재건도 시급하다.

파업 여파로 휴업 상태에 몰렸던 협력업체들도 이날 법원에 낸 조기 파산신청을 철회하고 원활한 생산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금난이 심각해 정상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려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

쌍용차 노사 협상이 타결된 6일 도장공장을 점거했던 노조원들이 공장을 나와 경찰 호송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인근 경찰서로 이동해 조사를 받았고 단순 가담자는 귀가 조치됐다. 적극 가담자 100~150명은 사법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김형수 기자]


◆후폭풍도 클 듯=생산 시설 복구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77일이나 이어진 점거 파업의 여파로 전 직원과 가족들이 둘로 나뉘어 다툰 상처를 봉합해야 한다. 6일 노사 합의에 따라 농성자의 절반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남은 인력도 무급휴직이나 영업직으로 전직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남아 있다. 농성 노조원 중 일부에 대한 민·형사 소송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장기 파업으로 땅에 떨어진 회사 이미지를 되살리는 것은 더 어렵다. 쌍용차가 파업으로 한 대의 차량도 생산하지 못했던 6, 7월 두 달간 이 회사는 고작 268대를 파는 데 그쳤다. 모두 판매점 재고분이다.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고 폭력적인 파업 양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쌍용차에 관심이 있던 잠재 고객들을 많이 잃었다. 정비 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중고차 값도 폭락했다. 기존에도 썩 높지 않았던 브랜드 이미지가 훨씬 나빠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차를 조속히 내놓고 획기적인 판매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자금 부족에 시달려 온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을 꺼려 현금을 돌리기 수월치 않다.

◆새 주인 찾기도 과제=신차 C200 조기 생산을 위해서는 15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 3월 이후 지급이 정지된 직원들의 임금과 2000명 선이 넘는 희망퇴직자들의 퇴직위로금에도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쌍용차는 우선 파업 여파로 미뤄졌던 유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생산·판매가 재개되고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달 15일 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쌍용차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그 뒤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생력을 갖추기에는 규모나 기술력에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승녕 기자, 평택=강병철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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