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격의혹'공방에 국회 정보위는 '불난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21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는 '판문점 총격요청 의혹 사건' 을 놓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정은 (吳靜恩).한성기 (韓成基).장석중 (張錫重) 씨 등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3인방' 에 대한 안기부 수사 과정에서의 고문조작 의혹.불법 감청 여부.피의사실 유포 혐의를 지적하며 선공을 가했다.

이에 국민회의 의원들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개입여부를 추궁했다.

정보위에 새로 배정된 홍준표 (洪準杓.한나라당) 의원은 "총풍 (銃風) 사건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을 검찰에 송치할 때 국가보안법상 회합죄보다 외환유치.간첩죄를 적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몰아쳤다.

20분에 걸친 洪의원의 추궁이 계속되자 신건 (辛建) 2차장은 "이들이 총격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을 일으킬 목적이라기보다 일종의 쇼를 해달라는 주문이었기 때문에 회합죄를 적용했다" 고 해명,가까스로 진화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격요청사건을 당시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후보의 비선조직과 연계시킨 이유가 뭐냐" "구속된 3인이 총격을 요청할 능력과 위치에 있다고 보느냐" "이회창 총재.이회성 (李會晟) 씨.박관용 (朴寬用) 의원을 배후로 지목, 언론에 흘린 것은 표적수사 아니냐" 고 공격했다.

그러자 여당의원들은 "총격요청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수사결과를 기다려 보자" 면서도 이회성씨의 개입여부에 대한 철저수사를 요구하며 맞불공세를 폈다.

"이회창 총재가 대선기간에 吳씨 등으로부터 15차례 보고를 받았고, 회성씨는 韓씨 등에게 5백만원을 준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건에 관련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있느냐" (林福鎭 의원) ,

"총격요청사건이 고문 의혹으로 본말이 전도돼 오해를 사고 있는 이유가 뭐냐" (韓和甲 의원) 며 안기부를 간접지원했다.

여야간 설전이 거셌던 대목은 3인방의 고문조작 여부. 안기부는 "고문은 절대 없었다" 고 일축하면서 장석중씨가 고문을 당했다는 증거물로 제시한 사진과 별도로 안기부가 자체제작한 립스틱 등으로 분장한 촬영사진.컴퓨터그래픽 합성사진 등 7장을 제시하며 "사진합성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안기부가 87년 대선때 대한항공 폭파사건과 92년 대선때 터진 중부지역당 사건에도 최근 의혹을 제기한 사실을 들어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박관용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언론에 내가 관련돼 있는 것처럼 보도돼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며 자신의 무관을 피력했고, 李부장은 "朴의원 관련설은 사실무근" 이라고 답변했다.

이정민.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