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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디네자드 집권 2기 숙제 보따리만 한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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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 이란 대통령이 5일 국회의사당에서 제10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고 집권 2기를 시작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이란 혁명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통합에 힘쓸 것”이라며 “외세의 개입과 간섭에 대처할 새로운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실업 문제 해결 등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주 안에 새 내각을 구성한 뒤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의 앞날은 험난할 전망이다. 그는 6월 초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그를 반대하는 개혁파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란 정국은 극심한 혼란을 겪어 왔다. 이날도 개혁파 수백 명이 재선거를 요구하면서 의사당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진압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서방 국가들도 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등 아마디네자드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축하 서한을 보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대선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국 수습에 안간힘=아마디네자드는 대선 이후 발생했던 시위 사태의 여파를 매듭짓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 사태 관련 수감자 300여 명 중 140명을 지난달 말 석방했으며, 20여 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그러나 집권 2기를 맞은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향후 정국 운영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집권 1기 때와 달리 개혁파는 물론 보수파 내부에서도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대규모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두 달 가까이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개혁파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여전히 “대선 결과의 적법성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파도 최근 아마디네자드의 인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최근 사돈인 예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에를 제1부통령에 임명했으나 보수파의 반발로 일주일 만에 해임했다. 당시 마샤이에의 과거 친이스라엘 발언을 문제 삼은 보수파는 아마디네자드가 해임 결정을 주저하자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회와 보수파 사이에서 확고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아마디네자드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면서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 개발 등 서방과의 갈등도 과제=핵 개발 프로그램 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와의 갈등도 아마디네자드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유가 하락으로 이란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어 아마디네자드로선 서방과의 핵 협상을 무한정 미루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파에서도 대서방 강경 정책이 경제 회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가 계속 침체하면서 젊은 층의 반정부 분위기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유지하되 투명성을 강화해 서방과의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정파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돼 서방과의 해빙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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