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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보건정책학회]경제위기때 의료투자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제위기일수록 국민보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세계 각국의 보건정책 전문가들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호주 시드니에게 열린 아시아보건정책학회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번 학회는 경제위기가 아시아 각국의 보건 의료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살피려고 마련한 것. 홍콩의 저명한 역학자인 스테판 엔지박사 (前미국컬럼비아대보건대학원교수) 는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 2~3년이 지나면 사망률이 급증하며 이는 자살과 뇌졸중.간경변증이 주원인이 된다" 면서 "한번 올라간 사망률은 10~15년 동안 지속한다" 고 발표했다.

실제로 홍콩의 경우 지난해 1~6월엔 9백60명에 불과했던 자살자가 올 1~6월엔 1천2백8명으로 경제위기를 겪으며 자살률이 26%나 늘어났다.

학회장인 미국터프츠대 생의학대학원장 루이스 라자냐교수는 "경제위기라고 해서 섣불리 보건예산을 삭감하고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국민건강의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이번 학회에서 제시된 대안은 보건정책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투자, 효율의 극대화를 꾀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각론에선 국가간 이견이 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의 학자들은 신약개발 등 첨단의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유타대 의료정보학과 수잔 혼교수는 "구세대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은 신세대 항생제인 아지스로마이신에 비해 약값은 네 배 가량 싸지만 편의성과 부작용 발생률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두 배나 비싼 셈"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니혼후쿠시대 보건경제학과 고이치 가와부치교수와 아주대의대 의사학과 이종찬 (李宗燦) 교수 등 아시아 국가 학자들은 "동양과 서양은 문화와 제도가 다른 만큼 동양에서도 서구식 비용효과분석에 입각한 고가의 첨단의학도입이 국민보건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는 견해를 보였다.

아시아 학자들은 첨단의학의 발전과 수용보다 모든 이가 고루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분배에 역점을 두는 것이 오히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시드니〓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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