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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상화 첫날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야 극한 대치 끝에 13일 열린 정기국회는 첫날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등원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감정의 골이 워낙 깊었던 탓이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양측간 의사일정 조정 등의 문제로 오후 4시가 돼서야 개의됐고, 본회의장에서 얼굴을 맞댄 의원들의 표정은 어색하기만 했다.

국회 사령탑인 3당 원내총무들도 협상을 수석부총무들에게 맡긴 채 직접 회동을 기피하는 등 감정의 앙금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오기도 작용했다.

○…장영달 (張永達.국민회의).이양희 (李良熙.자민련).이규택 (李揆澤.한나라당) 수석부총무간의 의사일정 협상은 한나라당측이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문제를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바람에 막판 결렬위기까지 몰렸다.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은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1백51명에서 1백38명으로 줄어드는 여대야소 상황에 맞춰 16개 상임위원의 수를 여야 의석비율에 따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국감때까지 정수 조정 불가' → '본회의 뒤 조정' → '법사위 여야 동수' 로 요구내용을 계속 바꿔 2여 (與) 의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한화갑 (韓和甲) 국민회의 총무는 보고를 받고 "여대야소가 됐는데 법사위만 여야 동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생떼가 아니냐" 며 "국회를 안 열면 안 열지 그렇게는 못한다" 고 요지부동.

이에 박희태 한나라당 총무는 소속의원 총회에서 "우리에게 국회에 무조건 들어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못열겠다고 버티느냐" 며 국민회의측을 비난했다.

결국 한나라당측의 양보로 (여야 위원비율 8대7) 본회의가 열리게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법사위 동수 주장을 막판에 고집했던 것은 표적사정.세풍 (稅風).총풍 (銃風) 사건의 주 공방무대인 법사위에서 수적으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후문.

○…한나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이회창 총재가 참석한 의원총회를 열어 '투쟁국회' 를 다짐. 李총재는 "우리가 원내에 들어온 것은 야당의 위상 확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라고 강조하고 "특히 국정감사엔 의원 여러분이 공격적으로 임해달라" 고 전의를 돋웠다.

당 지도부는 국감 및 상임위의 중점 투쟁사안으로 신북풍 고문사건, 서울역 집회 폭력 방해사건, 기업.금융 구조조정, 지방재정 파탄, 무차별 사정.계좌추적, 고액과외, 편파인사 등 10개항을 제시. 국민회의측은 '경제국회' 를 거듭 주장하며 야당의 서슬퍼런 투쟁의지에 김빼기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실정문제에 초점을 맞추라는 원내 지침도 그래서 내려갔다.

여당으로서 처음 정기국회를 맞이하는 국민회의.자민련 의원들은 "예년처럼 신랄한 대정부 자료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 이라고 토로했다.

전영기.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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