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의회 갈등속 대북정책 재검토 목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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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대북 (對北) 정책을 둘러싸고 의회와 행정부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 외교정책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 외교협회도 최근 클린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으로선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워싱턴의 분위기와 향후 향방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 의회 = 미 의회, 특히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대북 연착륙정책 자체를 마땅찮아 하고 있다.

호전적인 북한의 진면모를 모르고 역이용당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북한의 핵의혹 지하시설 건설문제와 지난 8월 31일 북한의 위성발사 실험이다.

특히 북한의 위성발사는 고급수준의 미사일기술 보유로 인식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며 심각한 군사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예상보다 심각한 북한의 위협이 실체로 드러나면서 도대체 백악관과 행정부는 무얼 하느냐는 심각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무렵 북한은 미국의 중유제공 지연을 빌미로 제네바기본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위협했고, 의회는 이에 격앙해 내년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예산지원에 제동을 걸고 있던 상태였다.

또 행정부가 애초 중유제공 경비를 부족하게 산정하고 우방들이 재정지원에 참여할 것이라고 잘못 예측한 것에 대해서도 의회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지하시설문제는 8월 17일자 뉴욕 타임스지에 처음 불거진 뒤 미국방정보국 (DIA) 이 하원 비공개 브리핑에서 핵의혹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의회를 자극했다.

곧이어 터진 북한의 3단계 미사일 발사는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얹혀 의회의 강경분위기를 불러왔다.

벤 길먼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 청문회에서 고위인사를 특사로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핵문제, 미사일 개발 및 수출과 한반도 평화문제, 북.미관계 등을 포괄하는 소위 '메가 딜' 혹은 '그랜드 바겐' 을 도모하라는 요구도 비중있게 제기되고 있다.

상원도 대북 중유지원을 위한 3천5백만달러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미 정부가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사전확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하원을 거들었다.

◇ 행정부 = 행정부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북측이 핵의혹 지하시설 건설과 미사일문제에 대한 의회의 불만에 정면으로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주축인 국무부는 의회가 거론하는 특사나 '메가 딜' 과 같은 구상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미 찰스 카트먼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가 한반도 평화논의 전담대사로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현재 북한과 협상을 진행중이서 북측의 반응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도 현재의 대북접근법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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