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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1위는 MB, 신뢰도 1위는 박근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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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국민은 현 정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정치인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영향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신뢰도에선 3위에 그쳤다. 박 전 대표의 신뢰도는 1위였고, 영향력은 2위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뢰도 2위, 영향력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앙SUNDAY와 동아시아연구원(EAI), 한국리서치가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제2차 파워 정치인 신뢰도ㆍ영향력 조사’ 결과다. 조사는 지난달 25일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조사는 한국 정치의 리더십 지형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뤄졌다. 정국에 영향을 주는 주요 정치인 10명을 골라 그들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전화로 물은 것이다. 이들 중 이 대통령, 박 전 대표, 김 전 대통령,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의원 등 6명은 2007년 6월 이뤄진 1차 조사에도 포함된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1차 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영향력과 신뢰도를 각각 ‘전혀 없다(0점)’에서 ‘매우 높다(10점) 사이의 점수로 측정한 결과 이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시절에 실시된 1차 조사에서 영향력 6.24점, 신뢰도 5.64점을 얻었다. 그러나 집권 2년차에 이뤄진 2차 조사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의 영향력(6.15점)은 가장 높았으나, 신뢰도(4.27점)는 3위로 하락했다. 박 전 대표는 1차 조사에서 영향력(5.7점)과 신뢰도(5.38점)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신뢰도 1위(5.01점)로 올라섰으며, 영향력은 2위(5.61점)를 유지했다. 박 전 대표는 서울, 인천, 충청, 영남지역에서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40대와 50대 이상에서 신뢰도 1위, 30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대의 신뢰도는 김대중, 유시민, 박근혜 순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의 신뢰도가 낮아진 건 그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민의 지지와 신뢰도가 떨어지면 대통령 권력행사의 정당성이 약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청와대가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비교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야권 정치 지도자의 신뢰도가 여당 인사보다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흥미롭다. 조사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신뢰도는 꼴찌(3.18점)였다. 같은 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신뢰도(3.55점, 7위)도 하위권이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인 유시민 전 장관의 신뢰도는 4위(4.04점),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신뢰도는 5위(3.84점)였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지만 여당 지도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 크다는 걸 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뢰도가 아직도 높은 까닭은 호남과 젊은 층의 지지가 아직도 강한 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적으로 활발한 행보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선 개헌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 시한(2010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못 박으면서 개헌의 공론화를 주장하고 나선 만큼 여론의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국민은 열 명 중 여섯 명(59.8%)이 ‘개헌에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권력구조는 분권형제(대통령이 외교ㆍ안보 등 외치를 담당하고 의회가 내치를 책임지는 제도)로 바꾸자는 견해가 가장 많았다(45.2%). 이어 의원내각제(26.4%), 순수 대통령제(17.3%) 순으로 나타났다. 분권형제 지지자 가운데 50.5%는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분권형제의 장점으로 꼽았다. 주목할 만한 건 순수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7월 중앙일보와 EAI가 개헌에 대한 여론을 조사했을 때 순수 대통령제를 지지한 응답은 26.9%였다. 당시엔 의원내각제(20.0%)보다 지지율이 높았으나 이젠 순서가 바뀌었다.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개헌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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