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일]돋보인 경협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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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문화개방을 표명하면서 일본에 가장 강력히 요구한 것은 경제협력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정상회담.국회연설.일본 경제단체 오찬연설 등에서 한결같이 ▶외환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일본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고▶대한 (對韓)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일본이 내놓은 가시적인 선물은 두 가지다.

30억달러의 일본 수출입은행 융자와 25억달러의 대한 투자 상담이 그것이다.

수출입은행 융자분 30억달러중 27억달러는 용처 (用處) 의 재량권이 우리에게 주어진 언타이드 론 (untied loan) 이고 3억달러는 포철이 일본 물품을 구매할 때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중소기업 설비투자와 에너지 수입대금까지로 사용범위가 넓어져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도 연 2.3%로 국제금리 (6.5~7.5%) 보다 낮고 3년거치 5년상환의 괜찮은 조건. 정상회담을 준비한 실무관계자는 "일본 수출입은행 융자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 이라며 "한국에 대한 추가지원도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정부 차원의 경제협력에는 적극적이다.

그러나 양국 기업간의 협력은 불투명하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아직 불안한데다 일본 기업들도 불황으로 살아남기에 바쁘다.

정부관계자는 "25억달러의 투자상담중 실제로 절반만 유치해도 성공작" 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상단계에 머물러온 양국간 산업협력 구상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간 공동성명은 '경제분야의 균형된 상호 협력관계' 라고 표현했지만, 정부 실무자간에는 반도체.철강.조선 등 주요 경합품목의 전략적 제휴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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