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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ditor's Letter

키다리 아저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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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끝나면 금단증상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간만에 40%가 넘는 시청률로 ‘국민 드라마’ 자리에 등극한 ‘찬란한 유산’이 사라진 이번 주말, 마음 한쪽이 헛헛한 분들 많으시죠. 특히 은성(한효주)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던 ‘키다리 아저씨’ 준세(배수빈·사진)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으실걸요.

이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 최근 히트한 작품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를 달궜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금잔디(구혜선) 뒤에는 항상 잔잔한 미소의 윤지후(김현중)가 있었지요. ‘내조의 여왕’에서 천방지축 속물주부 천지애(김남주) 주변을 맴도는 허태준(윤상현)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최고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과속스캔들’도 마찬가지죠. 난데없이 나타난 미혼모 딸(박보영)이 가진 가수의 꿈,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 결국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돕는 가수 출신 아빠(차태현)에게선 그런 이미지가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나요.

‘저렇게 날 지켜보고 도와주는(특히 물질적으로!) 사람이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대중들의 바람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일수록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키다리 아저씨’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씩씩하게 사는 여인들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도움도 거절하고 자기 힘으로 용을 쓰는 ‘은성이’들이 그들 눈에는 매력덩어리로 보이나 봅니다.

그렇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요. 맘속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기다리지만 말고 드라마 여운만 곱씹지 말고, 일단 먼저 명랑·씩씩한 ‘은성이’ 가 되는 겁니다. 누가 아나요. 어느날 ‘키다리 아저씨’가 불쑥 나타나 손을 내밀어줄지.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