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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공과 투쟁뿐인 정국]후진없이 마주 달리는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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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수뇌부의 '이회창 (李會昌) 총재 정치파트너 배제' 발언으로 여야가 다시 정면충돌을 마다않을 기세다.

여권은 8일의 국회 단독소집을 포함한 강경일변도의 정국주도책 구사에 나섰고, 한나라당의 반격 또한 필사적이다.

◇ 李총재 고립작전 = 국민회의는 7일 이회창총재 고립작전을 본격화 했다.

외각에서 최대한 압박, '퇴출' 도 마다않겠다는 식이다.

"李총재측이 끝내 국회를 외면할 경우 한나라당내 양심세력과 함께 정국을 운영해 갈 수밖에…" (趙世衡총재권한대행) , "총풍 (銃風) 사건에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이 고문조작설만을 흘리는데 어떻게 함께 국사를 논하겠느냐" (韓和甲총무) 등 지도부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한 핵심간부는 "야당은 이제 40대 기수론을 외칠 때가 됐다" 며 한나라당 분란을 부채질했다.

어떻게든 李총재를 궁지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한편 그간 말을 아꼈던 자민련도 돌연 강도높은 대야 공세에 나섰다.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설혹 고문이 사실이더라도 총풍사건의 본질은 문제의 3인이 총격요청을 했는지의 여부" 라며 "한나라당의 고문 운운은 본질을 호도키 위한 것" 이라고 공격했다.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으로선 놓칠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계속 침묵할 경우 '역할없는 정당' 이 될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李총재 체제의 몰락으로 한나라당이 분열하면 상당수 의원을 빼내올 수 있다는 계산도 한몫 한 듯하다.

◇ 李총재 투쟁전략 = 여권 공세의 허점을 파고들어 위기 국면을 최대한 흔든다는 게 李총재주변 전략그룹의 생각이다.

현재로선 총격 요청 사건에서의 고문 조작 제기가 최대 무기다.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고, 향후에도 계속 쟁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수사당국이 제시한 다른 불확실한 정황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격하고 나섰다.

이회성씨 관련혐의 입증을 위해 안기부가 감청내용을 공개할 것이라는 데 대해 감청의 불법성도 제기했다.

"총격요청 혐의가 '만들어' 지더라도 불법을 동원한 조작극임을 입증하는 일은 계속될 것" 이라는 전언이다.

국민회의의 '李총재 불인정' 발언도 작금의 정국을 '독재대 민주' 의 대결구도로 몰고가는 전략선상에서 대응하고 있다.

대변인 등을 통해 "전제 군주나 황제가 하는 얘기" 라며 '현 정권의 오만함' 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여권의 한나라당내 세력분리론에 대해선 "한나라당 내분을 조장, 의석수를 늘려 내각제를 저지하려는 의도" 라며 국민회의.자민련간 틈새 벌리기 역공으로 대응한다.

추가 장외집회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를 중심으로한 국회등원론 역시 거세지고 있어 그만큼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석현.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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