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MBA에 외국학생 지원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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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대학의 MBA(실무 위주의 경영학 석사) 과정에 지원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인보다 외국인 지원자가 크게 준 것이 영향이 미쳤다. 외국인의 미국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 데다 1년제 MBA 과정을 많이 개설한 유럽 대학에 유학생을 많이 빼앗기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미 MBA 자격시험인 GMAT를 주관하는 경영대학원 수능위원회(GMAC)는 최근 미국 내 143개 대학 238개 MBA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 들어 조사대상의 4분의 3 이상이 '지난해보다 지원자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고 미 AP통신이 2일 전했다. 특히 41%는 지원자가 20% 이상 급감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6월 말 실시한 GMAT 시험의 응시자 수도 지난해보다 7% 적었다. 2002년보다는 25% 이상 줄어든 것이다.

특히 미국 내 학생보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 학생들의 관심이 두드러지게 줄었다. 중국.인도 학생이 지난해보다 24%, 16%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가장 컸고 한국.브라질.일본.아르헨티나.대만 등도 각각 4~6% 준 것으로 나타났다.

GMAC는 "미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요건이 크게 강화된 데다 미국 이외 지역의 MBA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에 따라 와튼 스쿨이나 하버드 같은 유명 MBA 과정이 아니고선 정원을 채운다는 보장이 없게 됐다고 이 기관은 전망했다.

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지난 10년간 프랑스.싱가포르에 있는 INSEAD나 영국의 런던 비즈니스 스쿨, 스페인 ESADE 등 미국 이외의 MBA 과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1년짜리 MBA 과정이 많아 해외 유학생이 근래 많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돈을 들이고 MBA를 딸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회의도 주기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맥길 대학의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최고 명문 MBA에서 학위를 받지 않을 경우 연봉 상승 같은 학위의 값어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근래 미 MBA 학비는 2년 과정에 10만달러 안팎에 이르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GMAC의 다프네 애킨슨 부회장은 "경기가 좋으면 좀 더 나은 직장으로 도약하려고 MBA를 많이 택하지만 경기가 불투명하면 그런 수요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자기 나라 안에 괜찮은 MBA 과정이 꽤 개설된 것도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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