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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안한'기술위-올림픽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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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와 올림픽대표팀의 관계가 불안하다.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선수 차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막혔다"고 불만이고,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협회가 뽑지 않았단 말이냐"며 불쾌한 표정이다.

양측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은 아시안컵 본선과 올림픽 본선이 겹치면서 발생한 선수 차출이다. '유상철을 올림픽 와일드카드로만 사용하게 해달라'는 김호곤 감독의 요구로 갈등이 일더니, 그 후 '김남일 대신 정경호로 바꿔달라'는 요구로 또다시 기술위원회와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이었다.

급기야 23세 이하에 해당하는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의 반대로 올림픽본선 진출이 무산되자 올림픽 코칭스태프의 불만은 극에 달한 듯하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 차범근 감독이 중간에 경질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월드컵 직전까지만 해도 차범근 감독은 국민적 영웅이었지만 당시에도 이상한 느낌이 감지됐다.

1997년 말 김정남 당시 전무(현 울산 감독)가 물러나고, 조중연 전무 겸 기술위원장(현 부회장)이 부임하자 차 감독은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았으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 지도방식이나 각종 지원 등의 문제에 서로 이견을 드러내곤 했던 것이다. 결국 차 감독은 조 전무에 의해 월드컵 본선 도중 경질되고 말았다.

현 올림픽대표팀은 조중연 전 전무의 절대적인 지원 속에 승승장구해 전승, 무실점으로 아테네 본선행을 확정했다. 그동안 코엘류 대표팀 감독이 경질되는 등 한국 축구계에 메가톤급 태풍이 불었지만 올림픽팀만은 무풍지대였다. 그런데 '코엘류 파동' 등으로 조 부회장이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회택 체제'로 바뀌면서 올림픽대표팀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더욱 나쁜 것은 올림픽팀 코칭스태프가 '기술위원회가 이러저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나쁘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로 기술위원회를 압박하고, 기술위원회는 '쟤들은 언제나 저래'라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다.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해도 올림픽 본선의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서 두 주역들이 싸우는 듯한 모습이 정말 불안하다.

박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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