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 북풍'사건 진상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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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비선 (비線) 조직관계자들이 지난해 대선 직전 북한 관리들을 만나 판문점에서 총격전을 일으켜달라고 요청했다는 이른바 '신북풍 (新北風)' 사건은 한마디로 엄청나고도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만일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측과 결탁해 전쟁모험까지 감행하려 한 행위인만큼 법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당연하다.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중대한 정치적 문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무엇보다 엄정하고도 신속한 진상규명이 급선무다.

벌써 여권은 이를 두고 "반민족적 범죄" , 야당은 "용공조작" 이라고

맞서고 있으나 이 단계에서 이 문제는 정쟁 (政爭) 차원의 공방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먼저 모든 노력은 진실을 밝히는데 집중돼야 한다.

1차적으로 그 과제는 검찰.안기부에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이 사건에는 사실관계에서 풀려야 할 의혹이 적지 않다.

우선 수사당국은 3명의 혐의자가 어떻게 그런 일을 벌였는지를 자세히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증거가 명백하다면 다음엔 이들이 정말 한나라당후보의 비선조직이었는지, 이들의 활동 배후에 후보나 당지도부가 있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만약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한나라당은 당연히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막연하게 야당탄압이니 하는 정치적 항변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반대로, 수사당국과 이들을 지휘하는 여권도 알려진 사건내용의 석연치 않은 점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만일 판문점 총격과 같은 중대한 흥정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한나라당 측의 깊숙한 책임있는 간부와 북한체제의 지도부가 개입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런 일을 일개 젊은 청와대 4급공무원이나 민간인들이, 그것도 북한의 과장급 관리들을 상대로 청탁했다는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건이 알려진 과정에도 불투명한 점이 있다.

이처럼 중대한 혐의내용은 영장기록조회나 다른 신중한 확인과정을 통해 알려지는 것이 상도 (常道) 다.

이 사건은 혐의자 3명이 오래 전에 구속됐건만 아직 영장내용의 공식확인이나 수사브리핑도 없는 것이다.

과거 각종 선거때마다 여권이 북풍을 이용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의혹의 유일한 해결책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서울역 집회 정치폭력 의혹이든, 신북풍 의혹이든 모든 의혹은 공정하고 심도있는 수사를 통해 파헤쳐져야 한다.

여 (與) 든 야 (野) 든 정치성으로 진실을 호도하려는 측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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