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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딸의 효도상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沈淸傳)' 에는 본래 모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 에 실려 있는 '효녀 지은 (知恩)' 의 설화와 '삼국유사' 에 실려 있는 '빈녀양모 (貧女養母)' 의 설화다.

'삼국유사' 에는 이름이 나와 있지 않고 이야기에 다소 엇갈리는 대목이 있지만 두 문헌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신라시대때 실존했던 동일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모시는 한 소녀가 나이 서른이 넘도록 시집도 가지 않고 자신의 몸을 종으로 팔아 어머니를 봉양했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효공왕 ( '유사' 에는 진성여왕) 은 쌀 5백섬과 집을 하사하고 집 앞에는 정문 (旌門) 을 세워 그 효심을 오래오래 기렸다고 한다.

이설화는 두 문헌의 효녀에 관한 유일한 기록인데 이 이야기를 '실화 (實話)' 로 믿게 하는 까닭은 효자에 관한 다른 기록들이 대개 허황되거나 과장됐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국유사' 에 실려 있는 한 효자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가난한 효자는 매양 어머니의 밥을 빼앗아 먹는 어린 아들녀석이 못마땅해 죽이기로 결심한다.

아들녀석을 파묻으려 땅을 파는데 뜻밖에도 훌륭한 돌종이 나와 잠시 미루고 돌종을 집안의 대들보에다 매달아 놓는다.

돌종을 두드리니 그 소리가 대궐에까지 들려 사연을 알게 된 왕이 그 효자에게 큰 상을 내린다는 식이다.

아닌게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효도를 아들의 몫으로만 인식해 왔다.

딸을 시집 보낼 때도 부모는 '친정 부모는 아예 잊고 시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라' 고 가르친다.

그러나 딸이, 특히 시집간 딸이 부모에게 효도했다면 더욱 대견하고 신기해 보일밖에. 출가한 딸이 친정의 재산을 넘겨다볼 수 없는 것도 그같은 전통적 관습 탓이다.

하지만 '효' 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본다면 거기에 아들 딸의 구별도, 재산 상속상의 차별도 있을 수 없다.

법무부가 법개정을 추진중인 '효도상속제' 는 효도가 극진한 딸에 대한 재산 상속의 배려를 근본취지로 삼고 있다.

출가한 후 10여년간 홀로 된 아버지를 간병한 딸의 재산 상속상 '효도 기여분' 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그 취지와 일치하는 것이다.

딸의 효도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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