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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안전흥행'노린 새앨범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올 가을 가요계는 철저한 '안전주의' 로 나가고 있다.

듣기에 부담없는 멜로디 위주의 엇비슷한 노래들로 음반점과 방송 스피커가 메워지고 있다.

지난해의 4분의 1 규모로 축소된 음반시장 상황이 가요 제작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있는 탓이다.음반 한장이 실패하면 바로 생명이 끝난다.

자연 흥행문법에 의존한 '안전한' 노래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 대종은 물론 발라드다.

깊어가는 가을을 겨냥해 많은 가수들의 발라드 음반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7집을 내놓은 80년대 가수들에 시선이 모아진다.

신효범과 김혜림, 유열과 여행스케치가 그들이다.

95년 이래 근3년만에 재기한 신효범은 신보 '에고' 에서 특유의 힘차게 내지르는 휘트니 휴스턴풍 창법을 버리고 절제된 음색을 선보여 세월의 작용을 느끼게한다.

타이틀곡 '세상은' 은 록듀오 일기예보의 강현민이 쓴 곡으로 그녀의 소울팝적 감성이 묻어나는 곡. 기타리스트 샘리가 펑키한 느낌으로 반주해준 '위기의식' 등에서 조그만 파격을 꾀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팬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신효범표' 음반이다.

(음반사에 따르면 그녀의 오랜 공백은 가수로서의 한계를 절감해 가진 휴식의 성격이었지만 공개행사등 그녀를 찾는 곳이 많아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김혜림의 7집은 화려한 제작진 라인업이 눈에 띤다.

지난해 노래 '메모리' 의 실패로 가수생활에 위기를 맞은 김혜림을 딱하게 여긴 이적.윤상.김동률.유희열등 인기 싱어송라이터들이 무료로 곡을 지어줬기 때문. 클래식풍의 현악기 반주를 즐겨 쓰는 작곡가 김형석이 지어준 타이틀곡 '굿바이' 를 들어보면 그녀 역시 잔잔하면서 물기 일렁이는 창법으로 돌아가 있다.

조금 부담스러웠던 '메모리' 때와 다른 면모. '별이 진다네' 의 여행스케치의 7집은 음반 석장을 넘기기 힘든 국내 그룹의 수명을 감안하면 드문 장수기록이다.

현정호등 멤버3인이 솔로로 전향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리더 조병석이 전곡을 작사.작곡해 '편안하고 가족적인' 그룹 분위기를 살린 음반을 내놓았다.

동요 '고향의 봄' 을 하모니카 연주로 도입부에 삽입한 타이틀곡 '향수' 가 그 색깔을 대변한다.

지난해 6집까지는 여성적 감성의 노래를 주로 불렀던 유열은 신보에서 스타일을 바꿨다.

과거 이문세의 히트곡을 양산했던 이영훈이 작곡을 맡은 7집은 타이틀곡 '지금의 내 생각처럼' 등에서 선굵은 남성적 터치로 전환돼있다.

이밖에 리아의 변신도 눈에 띈다.

주류 여성가수로는 유일한 로커였던 리아는 막 나온 3집에서 발라드 가수로 선회했다.

제작자 이상명씨는 "한가지 길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내는 가수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하지만 포인트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 란 말에 있는 듯하다.

그녀의 변신은 올 가을 가요계의 안전주의를 상징하는 것 같다.

'요조숙녀' 라는 제목의 신보에는 거침없고 시원시원했던 로커 리아는 없다.

기존 여가수들의 전통적 창법을 반복하는 '요조숙녀' 가 있을 뿐이다.

오석준이 지어준 타이틀곡 '눈물' 등 수록곡마다 리아 자신의 색깔은 찾기 힘들고 언젠가 들었던 다른 여가수의 노래 같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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