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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민원인 중재 큰 몫 … 수성구청 '민원배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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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달 12일 민원배심 회의를 열었다. 내년 5월 범어동의 '코오롱 하늘채 수'(주상복합건물)에 입주할 예정자와 인근에 건립 예정인 오피스텔 건축주와의 마찰을 중재하는 회의였다.

주상복합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 6월부터 그 건물에서 8m쯤 떨어진 곳에 20층짜리 오피스텔을 지으면 사생활 및 일조.조망권이 침해된다며 오피스텔 허가를 반대해 왔다. 앞서 ㈜아름은 지난 4월 오피스텔 건축 허가를 수성구청에 신청했다. 주상복합 건물은 이보다 높은 2개동 28~32층이다.

그러나 오피스텔 건축주는 "인근에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기주의적 주장"이라며 민원인들과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자 수성구청은 민원배심 회의를 열었고 이날 결론이 나지 않자 8월 2일 다시 열기로 했다. 수성구청이 2000년부터 운영하는 '민원배심제'가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민원인과 사업주 간 중재 역을 하는 것이다.

수성구청은 지금까지 총 170건을 배심회의에 회부, 이 중 68.8%인 117건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조건부 허가는 건축법 등 법상 허가를 하되 민원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를 조건으로 허가한 것이다.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조건부 허가는 성립되지 않는다.

또 민원 170건 중 12건은 불허 처분했는데, 이는 법상 하자가 없지만 주민피해가 큰 민원을 받아들여 사업주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경우다. 나머지 재심의 42건은 사업주와 민원인 간 협의를 위한 시간(2~3주)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심의대상 170건은 건축허가 민원이 156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건축물 용도변경 9건▶유흥업 허가 2건▶자동차매매업 허가 1건▶석유판매 2건 등이었다.

수성구청 민원봉사과 심영섭(42)씨는 "민원배심제는 행정기관이 해결하지 못하는 민원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선윤 기자

◆ 민원배심제=구청 예규 143호에 규정된 '대구시 수성구 민원배심제 운영지침'에 따른 것이다. 사업주와 민원인 어느 쪽의 편을 들지 않고 민원을 공개적으로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법률가, 민원관련 분야 교수, 건축사.회계사 등 전문가, 해당지역 구의원, 각계 직능 대표 등 10명으로 배심원을 구성한다. 판정관은 배심원 중 호선한다. 심의대상은 행정처분의 결과가 5가구 이상의 주민에게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민원사항이다. 다만 배심회의의 결정은 법률적 효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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