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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고구려연구재단, 북방 문화도 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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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과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과가 시사하듯 중국의 고구려.발해사 등 '한국사 빼앗기' 시도는 집요하면서도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중국 지안(集安)에서는 올해 7월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고구려문화 여행절'로 정하고 이른바 '중국 고구려사'를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2002년 2월부터 노골화한 동북공정 등 중국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3월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도 여러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각종 연구 및 지원 사업 수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7월 30일자 '내 생각은'이란 지면에서 한 독자는 '북방문화 종합연구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시의적절한 제안으로 크게 공감한다. 그러나 일부의 오해와 선입견으로 고구려연구재단에 대해 부정확하게 서술한 부분이 있기에 '민족문제' 담당 연구자로서 유감이다.

우리 재단은 '고구려 역사'만을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연구진도 고조선사.고구려 역사.고구려 문화.발해사.동북아관계사.민족문제 연구팀 등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민족문제팀에는 '북방민족사' 전공자도 있다. 고구려연구재단은 고구려사를 중심으로 한 북방지역 역사.문화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부분 영어는 물론 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 북방문제 연구에 필요한 소양을 갖추고 있다. 또 다양한 전문가를 망라해 충분한 현지 조사연구와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며 연구성과는 논문집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동북공정은 '고구려사 빼앗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재단에서는 학계의 역량을 집약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과제 지원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영문 및 국문 학술지.자료집 발간 등 각종 연구사업과 대학원생 등 연구지원, 국내.국제 학술대회 개최, 해외학자의 초청과 국내학자의 북방지역 파견 등 전문가 양성 지원, 북방지역 공동발굴, 여러 학회 및 시민단체 지원, 시민강좌 등의 사업에 대부분의 예산을 쓰고 있다. 임직원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온 국민의 기대와 성원, 그리고 애정 어린 비판에 더욱 힘을 더할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본격적인 활동이 이뤄진 지는 불과 두달 남짓이다. 한정된 예산과 소수의 연구인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단은 동북공정 등에 일시적이며 감정적인 단발성 대응보다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안목의 학술적 논리로 차분하게 대응하려 한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실현하려 한다. 7월 21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바로알기' 시민강좌를 개최해 많은 시민과 학생의 성원을 받기도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일련의 동향에 대한 대응은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쉬운 문제도 아니다. 고구려연구재단은 물론 정부와 학계.언론.교육계.시민단체 등이 유기적 협조 연계망을 구축하고 총력적 대응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열린' 연구기관을 지향한다. 고구려사 등 우리 역사와 문화를 지키려는 각계의 귀중한 견해와 열정이 뜨거운 관심과 충심 어린 비판으로 이어져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이러한 관심과 열의는 '편협한 국수주의'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각국의 역사인식 공유와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장세윤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