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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베이징군구 제3사단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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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취사반엔 만두 제조기 … 하사 월급 약 34만원
휴대전화·인터넷 제한, 신문·TV는 자유로워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28일 베이징군구(軍區) 제3사단 연병장에서 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한 시간 달려 화베이(華北) 평원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멀리 산악지대가 눈에 들어왔다. 흉노족을 방어하던 만리장성 인근 화이러우(懷柔) 지역이다. 좀 더 가자 중국인민해방군의 7개 군구(軍區) 중 하나인 베이징 군구 산하 제3사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일본·유럽의 주요 외신과 함께 두 시간가량 군부대 내부 곳곳을 참관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건국 60주년 열병식(10월 1일)과 창군 82주년(8월 1일)을 앞두고 외국 언론에 군부대 내부를 파격적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실전 같은 대 테러 훈련=이날 3사단 측은 외신들에 실전을 방불케하는 생생한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중국 병사 100여 명이 10여 명씩 조를 나눠 5.8㎜와 7.62㎜ 자동 소총으로 100여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백발백중이었다.

800여m 떨어진 야산을 향해 82㎜ 박격포와 40㎜ 로켓포를 발사하자 20초 뒤에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먼지구름이 치솟았다. 태권도와 유사한 특공무술 시범은 절도 있게 진행됐고 일대일 대련 시범은 실전과 흡사했다.

이날 훈련의 압권은 테러범을 일망타진하는 대 테러 모의 훈련이었다. 차량을 탈취한 테러범들이 건물로 들어가 무력으로 저항하자 군부대가 긴급 출동했다. 이들은 숙련된 대 테러 훈련으로 순식간에 테러범들을 일망타진했다. 훈련에 참가한 사병 추이위(崔宇)는 “국가 안보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군에 자원 입대했다”고 말했다.

◆내무반과 취사반=홍군(紅軍) 중대 내무반은 청결도와 위생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침대와 모포는 직각으로 정리 정돈돼 있었다. 30㎡ 남짓한 내무반에는 2층 침대가 설치돼 10명의 병사들이 함께 생활한다고 부대 관계자가 전했다.

쓰촨(四川)성 몐양(綿陽) 출신인 전창성(陣昌盛·22) 하사관은 “지난해 월급이 1200위안(약 21만6000원)에서 1900위안으로 올랐다”며 “군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입대해 올해가 4년째다. 그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규정상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신문과 방송은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타와 가혹 행위가 있는지 묻자 선롄강(沈煉剛) 하사관은 “중국 군인은 계급이 높든 낮든 정치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가혹행위와 구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취사반에서는 흰색 가운과 모자를 착용한 취사병들이 마침 점심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취사병은 “자동화된 만두 제조기가 보급돼 일일이 손으로 만두를 빚지 않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취사반에는 신선한 돼지고기와 야채가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었고, 병사들의 얼굴을 보니 영양 상태도 양호했다.

◆수도 지키는 정예 부대=베이징군구 제3사단은 한국의 수도방위사령부처럼 중국 수도 베이징 방어를 책임지는 정예 부대다. 1941년에 창설된 이 부대는 공산당과 국민당의 국공(國共)내전 시절 2000여 회 전투를 경험했다.

렁제쑹(冷杰松) 사단장(대교)은 “우리 부대는 1950년에는 인민지원군 24군 70사단에 배속돼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고 부대역사를 소개했다. 이 부대 자료관에는 당시 인민지원군 자격으로 상감령(上甘嶺) 전투에서 중국 측이 승리했다고 선전하는 내용도 있었다. 상감령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인민지원군 쌍방이 수만 명의 희생자를 낸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다.

화이러우(베이징군구 3사단)=장세정 특파원

“친구가 오면 술을 내겠지만 늑대가 오면 사냥총 꺼낼 것”
렁제쑹 베이징군구 3사단장

“친구가 오면 술을 내놓겠지만 늑대가 오면 사냥총을 꺼내겠다.”

중국인민해방군 베이징군구(軍區) 제3사단 렁제쑹(冷杰松·48·사진) 사단장은 중국군의 주적(主敵)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의 속담을 인용해 대답했다. 한국의 준장급에 해당하는 대교(大校)인 그는 “중국은 전략적 방어를 우선시하지만 침략을 당하면 힘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곁에 있던 제3사단 리샤오쥔(李少軍·46·대교) 정치위원(사상정치 참모)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어느 나라든 중국의 국가 이익과 안위에 위해를 가하는 세력은 모두가 적”이라고 거들었다. 3사단은 수도 베이징 방어를 책임지는 중요한 부대다.

중국에서 무장을 많이 배출한 산둥(山東)성 출신인 렁 사단장은 1979년 군에 들어가 올해 군 생활이 30년째다.

그는 중국군이 무기 체계뿐 아니라 병사들의 교육 수준에서도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렁 사단장은 “군사학교 출신뿐 아니라 갈수록 4년제 대학 졸업자가 군에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의무병제인 한국과 달리 지원병 체제다. 그 때문에 과거엔 가난한 농촌 출신들이 주로 군에 입대했으나 요즘엔 취업난 때문에 대학 졸업자들이 직업으로 군을 선택하는 추세라는 얘기다.

렁 사단장은 해외 언론에 군 부대를 개방한 목적에 대해 “중국군의 실상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중국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중국 화이러우(베이징군구 3사단)=장세정 특파원

◆바로잡습니다

렁제쑹(冷杰松) 사단장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표현은 본인의 경력이 아니라 부대의 역사를 설명한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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