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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정치 찾기] 양산 재선거를 바라보는 여섯 가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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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석 달이나 남은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10·28)가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0월 재선거가 확정된 지역은 양산 말고도 안산 상록을, 강릉 등 두 곳이 더 있다. 그런데 유독 양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야 실력자들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얽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양산 재선거에 출마해 원내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박 대표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산 출마는) 아직 결정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고려한 발언일 뿐 이미 심정적으론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박 대표가 양산에서 당선해 6선이 되면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대표직을 갖고 출마해 당선된 뒤 ‘실세 대표’로 복귀하는 코스도 있다.

박 대표와 비교적 우호적 관계인 박근혜 전 대표는 박 대표의 양산 출마에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당이 박희태 대표에게 신세를 졌으면 이번엔 갚는 게 정치 도리”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지원으로 박 대표가 당선된다면 영남권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지배력은 더욱 단단해진다. 박희태 대표의 원내 복귀가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 문제에 아직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주변에선 “지역 연고가 없는 박 대표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 대표가 출마한다면 도울 수밖에 없다는 기류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 중 일부는 박 대표가 일찌감치 대표직을 정리하고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래야만 이재오계가 주장하는 ‘9월 조기 전당대회’가 성사될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에게 양산 재선거는 기회다. 박 대표가 물러나면 최고위원 서열 2위인 그가 대표직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당 일각에선 조기 전대 주장이 여전하고,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대표 권한대행을 맡기자는 아이디어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차점자가 대표직을 승계하는 게 가장 무난한 방안임엔 틀림없다. 조기 전당대회를 적극 주장하던 정 최고위원이 최근 들어 조기 전대에 부정적으로 선회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자신의 비서실장인 김양수 전 의원이 양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양산 재선거에 관여하게 됐다. 김 전 의원은 17대 총선 때 양산에서 당선됐지만 지난해엔 공천을 받지 못했다. 김 의장으로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뛸 수밖에 없어 박 대표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전망이다.

민주당 안에선 정세균 대표가 양산 재선거를 계기로 당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친노(친노무현) 후보를 공천하거나, 친노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형태로 선거 연대를 꾀할 수 있어서다. 친노 진영과의 결속을 강화하면 정 대표의 당내 지분이 커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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