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민단중앙본부 권병우 부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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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담한 체구에 수줍음이 담긴 미소, 경상도 사투리와 일본어 억양이 묘하게 섞인 상냥한 목소리. 운수.무역업체의 '회장님' 에 94년 민단 최초의 여성 부단장이기도 한 이. 그가 바로 재일본 대한민국거류민단 중앙본부의 권병우 (權炳佑.73) 부단장이다.

38년 열세살 소녀로 홀로 일본유학길에 올랐던 것이나 사별한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아 30여년간 꾸려온 것, 12년째 재일대한부인회장으로 교포 여성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그가 '외유내강 (外柔內剛) 의 표본' 임을 입증해 준다.

그의 지도력은 일에 대한 정열과 추진력에서 비롯된다.

62년 뜻하지 않게 대한부인회 효고현 (兵庫縣) 아마가사키 (尼崎) 지부장이 된 일화는 그 좋은 예. "우연히 나간 대한부인회지부 총회에서 결산보고를 하길래 몇 가지 질문을 했지요. 그걸 본 어떤 이가 생면부지인 저를 지부장으로 적극 추천하는 겁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름만 내거는 이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할 사람' 이라구요. " '내정' 된 지부장을 제치고 선출된 그가 첫 목표로 삼은 것은 재정기반 확립. '사람이 활동하려면 경제적 기반이 튼튼해야한다' 는 신조를 갖고 있는 權씨는 특유의 친화력과 추진력으로 대단한 자금동원력을 보였다.

세제나 휴지 등을 도매상으로부터 싼 값에 구입해 싯가보다 싸게 회원 가정에 팔아 그 이익금으로 부인회의 재정은 물론 아마가사끼 민단회관 건립까지 도와줬던 것. 그가 재일교포사회는 물론 고국을 위해 '힘' 을 발휘하는 부분도 '돈을 끌어모으는' 능력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5년간 대한부인회를 통해 펼친 '하루 10엔 모으기 운동' 으로 우리 정부에 이동화장실 3백70개를 기증,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기도 했고, 올해 초엔 우리나라 여성단체장들을 부추겨 '나라살리는통장갖기 범국민운동본부' 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나라살리는…' 은 현재 일본민단에서 벌이고 있는 '한 가정 1개 한국계 은행 통장갖기운동' 에서 힌트를 얻은 것. 발족 3개월만인 지난 8월 5백억원의 목표금을 달성, 수익금 5천만원을 실직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91년 재일교포의 법적지위 개선을 위해 벌인 '엽서보내기운동' 주역이기도 한 그는 아마가사키 한국학원 이사장으로 교포청소년들의 교육에도 관심이 높다.

요즘 그가 주력하고 있는 일은 재일교포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족간 혼인권장운동' .이런 활동들로 그는 95년 우리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기도 했다.

5년전부터 눈이 나빠져 수술을 5차례나 받았는데도 색안경을 벗으면 눈을 뜰 수가 없다는 權씨. 그래도 서울용산집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고국이 하루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해야만 재일교포들이 겪고 있는 설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온갖 차별 속에서도 한시도 고국을 잊어본 적이 없다' 는 權씨의 말은 '고국 사랑' 이 그의 힘의 원천임을 짐작케 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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