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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 2004] 공로상 받는 한국 애니 대부 김청기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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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로보트 태권 브이’그림에 둘러싸여 있는 김청기 감독. 앞에 놓인 모형은 태권 브이 동호회 회원들이 소장용으로 만들어 그에게 선물한 것이다. [신동연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감독이 '미래 소년 코난'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2년 전인 1976년 한국에서는 '로보트 태권 브이'의 돌풍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5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관객 규모는 당시로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김청기 감독. 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신화를 만든 명장은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 넷. 미야자키 감독과 동갑이다. 그는 '똘이 장군' 시리즈와 '우뢰매' 시리즈 등으로 명성을 이어갔지만 다른 몇몇 작품에서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리고 잇따른 흥행실패로 96년 파산한 뒤로는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4~10일 열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 공로상을 받는다. 주최 측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을 가져온 공로를 인정해 수장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애니메이션 발전의 기폭제 역할은 했으나 후속 작업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의식한, 다소 인색한 평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시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기쁘기도 하지만 내가 그동안 별로 한 게 없다는 생각에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메가 홍길동'이라는 새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곧 '로보트 태권 브이' 리메이크 작업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요즘엔 어떤 일을….

"홍길동이 로봇으로 등장하는 '메가 홍길동'이라는 작품의 스토리 보드(그림으로 구성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올 겨울에 개봉하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태권 브이 필름 복원 작업과 리메이크 작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자료실에서 찾아낸 듀프 네거(현재 국내에 있는 것 중 태권 브이 원판에 가장 가까운 판본으로 원본 필름과 상영 프린트의 중간 단계 필름)의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수억원의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체 영상으로 태권 브이를 만드는 작업은 곧 제작사를 새로 정해 본격작업에 착수한다."

-동갑인 미야자키 감독이 승승장구한 데 비해 그동안 부침이 많았는데.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와 일본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한 미야자키 감독은 행운아다."

-질적.양적 측면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이 크게 발전을 했지만 최근 흥행은 부진하다.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세련되고 멋이 있다. 그러나 관객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부모는 자녀에게 우정.사랑.희생 등의 덕목을 가르친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잘 구성된 캐릭터를 통해 이런 심성에 감동을 줘야 관객들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태권 브이는 이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심청전.나무꾼과 선녀.별주부전 등 전통적인 이야기에 동양화적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은퇴작으로 만들고 싶다."

이상언 기자<joonny@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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