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3의길' 유럽 각국 장부 어떻게 대처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3의 길' 을 표방하는 정책들이 유럽 각국에서 성공리에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곳은 개혁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영국. 지난 7월말 블레어 총리는 15개월간 노동당정권이 펼친 개혁조치에 대한 보고서를 국민에게 배포했다.

'블레어리즘' 의 기치를 내걸고 실행한 개혁은 한마디로 실용주의 노선으로 성격지워진다.

그는 민영화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사회보장제도에 메스를 댔다.

각종 수당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노동기회를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이 결과 80년대 말부터 불황으로 인해 경제기반이 무너졌던 요크셔 남부 셰필드지역이 활력을 찾으면서 실업률이 7.1%까지 떨어졌다.

블레어는 또 중앙은행이 독자적으로 이자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렸으며, 정부가 지원하던 대학생들의 등록금도 개인이 부담케 함으로써 개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타결, 스코틀랜드.웨일스의 자치의회를 통한 지방분권화, 그리고 교육 및 보건부문에 대한 투자확대 등이 블레어리즘이 정책적으로 나타난 사례들이다.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도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양 극단을 지양하고 제3의 길을 가고 있다.

자크 시라크와의 좌.우 동거정부라는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되던 프랑스정국을 조스팽은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파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 99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고용주들이 부담해온 직업세를 향후 5년간에 걸쳐 폐지하도록 해 고용증진과 경기회복을 꾀했다. 연말 특별 실업수당 폐지와 국영기업의 주식공개도 과감한 개혁의 결과다.

반면 재계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35시간 근무제를 입법화함으로써 실업문제 해소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좌.우의 경계선을 걷는 그의 아슬아슬한 곡예가 높은 실업률과 실업자 반발이라는 복병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이탈리아의 로마노 프로디가 이끄는 중도 좌파 내각도 주목할 만하다. 프로디 총리는 과감한 재정개혁을 통해 유럽통화동맹 (EMU)에 가입하는 성과를 이뤘으며, 재정적자 비율도 국내총생산 (GDP) 대비 2.7%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정하는 국가신인도가 올라가는 등 이탈리아는 상승분위기를 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프로디의 국민지지율은 60%에 이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사민당 (SPD) 총리후보가 승리한다면 '제3의 길' 노선이 유럽에서 상당한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이미 슈뢰더는 소득세.법인세율 인하와 사회복지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