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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취업] 포기한 점포 인수해 알짜로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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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고은경씨는 장사가 안 되는 피부관리 점포를 셀프다이어트방으로 바꿨다. 샤워실 등 내부 시설은 상당 부분 그대로 활용해 창업 비용을 5000만원가량 아꼈다.

점포 구하기가 쉬운 요즘이 어찌보면 창업하기 좋은 기회다. 가게 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임대료도 싸졌다. 권리금이 없는 매물도 적지 않다. 불황 때문이다. 이때 부실 점포를 잘 고르면 투자비도 아끼고 '알짜 가게'를 장만할 수 있다.

고은경(34)씨는 피부관리실을 헐값에 인수해 업종을 바꿔 월 순수입 1400만원대의 점포로 탈바꿈시켰다. 넉달 만에 그렇게 했다.

이 가게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 쇼핑몰 안에 있어 입지가 꽤 좋은 편이다. 그러나 종업원이 하루 걸러 출근하는데다 불황까지 겹쳐 월세도 제대로 못낼 형편이 되자 옛 주인은 손을 들었다. 호황기라면 1억원에 달할 권리금을 3000만원만 줬다.

고씨가 선택한 업종은 '아방(www.avantdiet.com)'이라는 셀프다이어트방. 1인용 사우나 설비를 갖추고 서비스 가격을 1만원으로 낮췄다. 업종이 비슷해 샤워실 등 내부 시설은 상당 부분 그대로 활용했다. 덕분에 1억5000만원쯤으로 예상했던 창업 비용을 1억원으로 줄였다. 무료체험 서비스도 하고 전단도 뿌려 손님을 끌었다.

고씨는 "주부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여성을 겨냥한 저렴한 서비스 업종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점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종업원이 나서 살린 사례도 있다. 업종을 유지하면서도 영업 전략을 달리한 게 성공 포인트다. 수원에서 코리안숯불바베큐(www.tbbc.co.kr)를 운영하는 이재억(40)씨는 본래 이 가게의 주방 직원이었다.

지난해 말 번진 조류 독감 영향으로 하루 매출이 30만원 이하로 곤두박질하자 전 주인이 가게를 내놨다.

이씨는 시세보다 낮은 1억4000만원에 점포를 인수했다. 이씨는 영업이 끝나는 오전 2시에 다시 운동화끈을 졸라 맸다. 동이 틀 때까지 아파트 단지를 돌며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또 한번 찾은 손님은 단골로 만들기 위해 갖은 서비스를 했다. 이런 노력 덕에 월 900만원대의 매출이 260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씨는 "전 주인은 치킨점 외에도 별도로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는 등 가게 운영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원 권선시장에서 '또순이네순대(www.soondea.co.kr)'를 운영하는 유현의(20)씨는 주변 상권을 꼼꼼히 분석한 끝에 부실 점포를 살려냈다. 점포 인근에 갈비집이 열 개가 넘어 장사가 안 된다고 판단한 유씨는 철판순대볶음으로 메뉴를 바꾼 게 주효했다. 이 순대점은 요즘 하루에 7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부실점포를 싸게 인수했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창업 전문가들은 "점포 값이 싸다는 이유로 무조건 가게를 인수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매출 부진의 원인이나 상권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급적 기존 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 창업 비용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무엇보다 창업자의 적극적 의지와 열정이 없으면 부실 점포를 되살릴 수 없다"며 "기존 업종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업종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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