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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바루기 21. '~에 의해'를 줄여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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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에 의해(~에 의하여)'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전혀 필요 없는 곳에 집어넣거나, 다른 말이 어울리는 자리에 마구 사용하고 있다.

'~에 의(依)해'를 남용하게 된 것은 일본어에서 자주 나오는 '~니욧테(~に依って)' 또는 영어 수동태 문장의 'by~'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청소년들은 잘못된 교육에 의해 억눌려 스스로의 삶을 살 기회도 없이 상업 논리에 의해 지배받는 값싼 대중문화로 보상받고 있다"에서는 '의해'가 군더더기이므로 '교육에 억눌려' '상업 논리에 지배받는'으로 해야 한다.

"친구들에 의해 소외당하고 있다" "자연은 일정한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생물이다" "여야 합의에 의해 법률이 통과됐다"에서는 각각 '친구들에게' '목적에 따라' '합의로'가 어울린다.

더 큰 문제는 영어의 'by~'를 단순히 '~에 의해'로 번역해 우리말 체계와 다른 피동문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The book was written by Dr. Choi"를 대부분 "그 책은 최 박사에 의해 쓰였다"로 번역하지만, 능동문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말로는 "최 박사가 그 책을 썼다"가 정상적 표현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은 '~에 의해'를 사용한 피동문이 흔하다.

"사회적 지위 이동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이 시설은 민간에 의해 위탁 경영되고 있다" 등이 그런 예로, 능동문인 "교육이 사회적 지위 이동을 좌우한다" "민간이 이 시설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가 자연스럽다.

이래저래 '~에 의해'를 줄여 써야 한다. '~에 의한' '~에 의하면'도 마찬가지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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