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내가 단어 선택 잘못, 파문 확산에 책임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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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호 04면

오바마 대통령이 24일 백인 경찰의 흑인 교수 체포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비난한 자신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고 말하며 귀를 만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불행하게도 내가 선택한 단어 때문에 케임브리지 경찰과 특히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나쁘게 비치도록 했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나도 파문의 확산에 책임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의 정례 언론 브리핑장에 예고 없이 등장해 이렇게 말했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 경찰 소속으로 백인인 크롤리 경사가 하버드 대학의 흑인 교수 헨리 루이스 게이츠를 체포한 것과 관련해 경찰의 행동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 오바마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경찰관에 고개 숙인 미국 대통령

게이츠는 16일 케임브리지의 자택 앞에서 닫힌 대문을 어깨로 밀치며 열려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흑인학의 선구자로 1997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25인’ 중 한 명으로 꼽힌 적이 있는 게이츠를 백인 경찰이 체포한 사건은 즉각 흑인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가운데 오바마는 22일 TV회견을 하면서 “경찰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질책했다. “이번 사건은 인종 문제가 미국 사회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했다. 백인 경찰이 흑인을 차별했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찰은 발끈했다. 당사자인 크롤리 경사는 “대통령은 동네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고, 매사추세츠 지역 경찰단체들은 오바마의 사과를 요구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오바마는 백악관의 언론 브리핑을 이용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그는 “단어 사용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크롤리 경사와 전화통화를 했으며, 그가 훌륭한 경찰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와 크롤리 경사, 게이츠 교수가 백악관에서 맥주를 한잔 하면 어떠냐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서로 비방하는 대신 더 나은 하나 됨을 위해 숙고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아내 미셸 등과 협의한 끝에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25일 전했다. 오바마의 백악관 맥주 회동 제안에 대해 게이츠는 e-메일을 통해 초대에 응하겠다고 답했다. 크롤리는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바마에게 맥주 회동을 제안한 이가 크롤리인 만큼 백악관 맥주 회동은 머지않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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