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부자·고소영’ 논란 부를 인사는 배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4호 04면

이명박(사진) 대통령이 내각을 개편하기 위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석 중인 검찰총장직 인선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8월 초 휴가를 다녀온 다음 본격적인 개각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의 주요 포스트를 바꾸는 까닭은 집권 2기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고, 자신이 천명한 중도강화론에 탄력을 주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 처리로 조성된 경색 정국을 개각 카드로 전환시키겠다는 뜻도 있다.

8월 초 휴가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구상

선진당과 보수연대론이 변수
개각은 7∼8명의 장관이 교체되는 중폭 이상이 될 걸로 여권 관계자들은 관측한다. 15개 부처 장관 중 올 초 바뀐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통일부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처 장관이 교체 대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내각의 ‘얼굴’ 격인 한승수 총리는 바뀔 걸로 보인다. 재임 기간이 1년 반 가까이 된 데다 인적 쇄신의 의미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총리의 아들이 불법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한 총리도 마음을 비웠다는 게 총리실 주변의 얘기다.

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나 심대평 대표를 앉혀 정치적 실리를 꾀하자는, 이른바 충청권 연대론이 아직 살아 있지만 큰 메아리는 울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 정부 들어 두 차례 나왔다가 소멸된 충청권 연대론은 이번에도 한나라당에서나 선진당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선영 선진당 대변인은 “우리 당의 이념과 정책을 (정부·여당이) 받아들이고 채택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그냥 사람만 하나 데려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충청권 연대론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충청권 출신이 총리로 발탁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돕기 위해 충청권 출신을 총리로 기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같은 충청권 출신 명망가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다. 전북 출신인 김종인 전 의원을 비롯해 조순형(선진당) 의원과 윤여준 전 의원, 문희상(민주당) 국회부의장 등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지만 아이디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선 중도강화론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중도 성향의 비영남권 전문가 그룹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한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의 이름이 나오나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지도 모른다. 여성 총리 후보군으론 한나라당 3선 의원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비롯, 전·현직 여성 대학총장들이 거명된다.

정무장관 신설 땐 김무성·강창희
장관 인선 과정에선 후보들에 대한 현미경식 인사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사소한 흠도 들여다보는 등 까다로운 검증을 할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서민 행보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강부자·고소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사는 최대한 탈락시킨다는 원칙이 서 있다”고 전했다. 검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됨에 따라 병역의무 완수와 재산 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없고, 논문 표절 시비 등으로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작은 관료 출신의 발탁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체 대상으론 한나라당 쇄신위(위원장 원희룡 의원)가 이달 초 청와대에 구두로 교체를 건의한 인사들이 거론된다. 총리를 포함해 교육과학기술부·국방부·노동부·지식경제부·외교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교체설이 퍼져 있는 것이다.

외교안보팀 사령탑 격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경우 교체설이 있으나 다음 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유임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그가 바뀔 경우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권종락 외교부 1차관, 신각수 2차관 등이다.

올 초 개각 때 교체설이 돌았던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바뀐다면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과 김관진·김종환 전 합참의장, 김태영 합참의장, 김인종 경호처장 등이 장관직을 놓고 경쟁할 걸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의를 표명했던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거취는 검찰총장 및 청와대 민정수석 인선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신임 검찰총장에 예상대로 비영남권 출신이 발탁될 경우 경북 안동 출신인 김 장관은 유임될 수도 있다. 그가 바뀔 경우 다른 영남권 출신 인사가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가 많다. 대구 경북고를 나온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이나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 등의 이름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BBK 특검 때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변호해 준 인연이 있다.

지난해 조각 때는 각료들의 평균 연령이 60.4세에 달했다. 그래서 ‘이순(耳順) 내각’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쇄신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젊은 피’의 내각 진출이 유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 나돈 입각 대상 의원 명단에 중진 의원보다는 젊고 전문성이 있는 의원들의 이름이 더 많이 보이는 건 이런 관측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병수 의원의 경우 친박계의 ‘경제통’이라는 점 때문에 명단에 올라 있다. 그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임태희 의원과 함께 지경부 장관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미디어법안 통과의 주역인 나경원·주호영 의원은 문광부 장관 후보 명단에 들어 있다. 지난해부터 법무부 장관직을 강하게 희망했던 홍준표 의원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경력을 알리며 노동부 장관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정무장관이 신설될 경우 친박계인 김무성 의원과 강창희 전 의원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충청 출신 비례대표 의원으로 친박계와도 관계가 좋은 정진석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이재오 전 의원은 9월 조기 전당대회로 당 대표직을 꿰찬다는 꿈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입각으로 방향을 틀지 모른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은 국토해양부 또는 교과부를 맡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류우익 전 실장 컴백 주목
청와대의 교체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경우 유임설과 교체설이 팽팽하다. 이 대통령의 일부 측근 그룹에선 정 실장의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교체를 건의했다는 설이 있다. 이 대통령이 정 실장을 바꿀 경우 충북 출신인 윤진식 경제수석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사의를 표명한 정동기 민정수석의 자리를 놓고 박만 전 성남지청장과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이 경합 중이라고 한다. 이귀남(전남) 전 법무부 차관 등 현재 검찰총장 후보에 올라 있는 인사들도 민정수석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경북 구미 출신으로 인천 제물포고를 나온 박 전 지청장은 서울지검 1차장 당시 좌파의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구속하면서 참여정부 실세들과 마찰을 빚은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한다.

입각 가능성도 있는 맹형규 정무수석의 경우 바뀌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권오을 전 의원,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임자로 거론된다. 비정규직 문제와 사교육 대책 등 주요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강윤구 사회정책수석과 정진곤 교육과학문화 수석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은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변인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데다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의 통합 등 청와대 조직 개편이 연기됐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