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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귀농시대 (1) 4050세대의 귀농 … 패턴이 바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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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에서 김재철(63·左)씨 가족 등 마을 주민들이 탱크에 모아둔 빗물로 꽃에 물을 주고 있다. 이곳은 태양열발전·빗물 재활용시스템 을 갖춘 생태 공동체 마을이다. [서천=김성태 프리랜서]

서해안고속도로 충남 서천IC에서 나와 국도 4호선을 타고 부여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천방산 자락인 판교면 등고리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입주민이 자치 규약을 만들고 태양열발전·빗물재활용시스템을 갖추고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이 있다. 이곳(3만㎡)은 2006년부터 3년간 서천군과 전원마을 전문회사인 ㈜이장이 69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서천군이 15억원을 들여 부지를 만들고 ㈜이장이 주택건립 등 마을을 조성했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고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이 마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흙벽돌과 나무로 지어진 34가구 가운데 22가구 55명(학생 11명)이 입주를 마쳤다. 입주자는 대부분 수도권 지역 50~60대 은퇴자들이다. 주민 강민숙(56·여)씨는 “서천군이 마련해준 농장(1만㎡)을 공동 운영하고 주민과 어울려 노래자랑 등을 하며 지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이 뜨겁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군에는 2006년 이후 도시민 120여 명이 귀농했다. 하동군이 농가당 1000만원씩 귀농 정착 자금과 100만원씩 영농 정착 보조금을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으로 도시민을 적극 유치한 결과다. 하동군은 최근 귀농 예술인 창작활동비 지원제를 도입, 신청자 11명 중 도자기·미술·목공예·음악을 하는 7명에게 100만~200만원씩 지급했다. 석민아 하동군 문화예술 담당은 “하동은 지리산·섬진강을 끼고 있어 예술인의 관심이 많다”며 “예술인과 주민 간 소통을 돕고 새로운 농촌문화 창조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농 행렬은 2006년 이후 40세 이상 장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전체 2218가구) 귀농자 중 40대 31%, 50대 28%, 60세 이상 23%였다. 방도혁(42)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인력육성부서 주무관은 “고령자와 장년층은 웰빙·그린라이프에 대한 욕구가 어느 세대보다 강해 갈수록 귀농·귀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귀농·귀촌이 늘어나자 자치단체는 도시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원마을·은퇴자마을 조성은 기본이다. 전남 장성·화순군, 전북 고창·장수군, 충북 단양군 등지에는 200여 가구 규모의 전원형 주택단지인 ‘농어촌 뉴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는 이안면 문창리에 귀농마을 12가구를 조성한 데 이어 박사급 인사 30명을 유치할 계획으로 인근에 ‘박사마을’을 건설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은 지곡면 보산리에 78가구용 전원마을 터를 곧 분양한다. 예비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74명 중 58명이 수도권과 대구·마산 등 외지인이었다. 하동군도 악양면 입석마을, 양보면 예성마을, 북천면 방화마을에 10~14가구의 소규모 웰빙 전원마을을 짓고 있다.

지원책은 정부가 4월에 귀농·귀촌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대학생 귀농을 위해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와 함께 창업동아리 ‘Ag-리더’의 육성에 나섰다. 동아리 소속 학부·대학원생 30명에게 농생명산업분야 창업을 위한 전문교육, 현장 농업경영인 초청강연, 우수회사 현장체험을 실시하며 귀농을 유도하고 있다. 박석제(51) 경남도 농업인력 담당은 “도시민의 다양한 경험이 농촌 발전에 기여하고 도시와 농촌의 교류로 농산물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귀농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글=황선윤·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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