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데킬라 위기' 어떻게 전개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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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거의 멕시코 경제위기는 원인.해법 양면에서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을 쏙 빼닮았다.

표면적으로는 94년 12월 멕시코 정부가 페소화 가치를 15% 평가절하하면서 주가 폭락과 자본 이탈이 시작됐지만 누적된 경상수지적자와 무분별한 단기자본 유입이 근본 원인이었다.

88년 국내총생산 (GDP) 의 1.7%에 불과했던 멕시코의 경상수지적자는 94년 그 비중이 8.6%로 높아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단기자본을 끌어들였으나 외국인 투자중 단기자금 비율이 80%에 육박하면서 상환 부담만 가중됐다.

또 통화가치 방어에 보유 외화를 쏟아부어 94년 12월 외환보유액이 63억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차입 자본이 생산보다 소비쪽으로 흘러들어 마실 때는 좋지만 깨어나면 머리가 아픈 멕시코 전통주 '데킬라'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95년 1월 국제통화기금 (IMF) 이 2백55억달러의 자금지원으로 회생을 시도했으나 금융시스템 붕괴의 골이 너무 깊어 결국 5백16억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이 지원되고서야 겨우 회생할 수 있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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