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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뮤지컬'의형제' 주역 문정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6.25난리통에 남편을 잃고, 다섯 아이를 혼자 키워야했던 여자를 뭐라고 표현할까. 억척스럽다? 또순이같다? 김민기 번안.연출로 소극장 학전 그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의형제' 는 그런 주인공 간난을, 쌍둥이 아들의 입을 빌어 "멋있다" 고 표현한다.

실제 무대 위에서 간난을 연기하는 배우 문정희는 올 봄 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20대초반 신인이다.

학교에서 실기연습은 무수히 했지만 기성무대 체험은 작년 연우무대의 '날 보러와요' 재공연에서 쑥다방 미스김이 전부. 하지만 2백여명이 모여든 공개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주역을 따낸 신인답게,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유연한 힘은 다른 두 선배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극중 간난은 실은 김효숙.배해선.문정희 세 배우의 트리플캐스팅. 가장 연배가 어린 문정희의 간난은 처음에는 상당히 고운 여자이지만 모진 세월탓에 억세지고, 나중에는 그런 세월에 담담해지는 인물. 반면 '지하철1호선' '개똥이' 등 이미 학전 무대에서 솜씨를 보여준 김효숙은 관조적이면서도 포용력있는 인물로, 배해선은 여리고도 순응적인 인물로 각기 다른 간난을 그려내고 있는 것도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다.

오디션때의 일화 하나. 최고 1분10초의 학창시절 매달리기 기록이 붙은 문정희의 자기소개서가 극단관계자들의 시선을 끄는데 한몫했다.

최소 4개월이상의 장기공연에서는 지치지 않는 저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질의 하나인 것. 5년여의 판소리공부로 닦은,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도 간난역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의형제' 에서 부산사투리를 섞은 개구장이 연기로 관객들에게 한바탕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쌍둥이 형제 (권형준.김학준 분) 지만, 그런 익살 너머에서 비극의 드라마줄기를 지켜나가는 것은 간난이다.

문정희 스스로의 평가는 "작품전체를 포용하게엔 아직 어리다" 는 것. 앞으로 그만의 뒷심으로 얼마만한 포용력을 발휘하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이후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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