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사퇴” 말은 했지만 … 민주당, 강온 팽팽하게 갈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왼쪽에서 둘째)와 이강래 원내대표(左)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의원(왼쪽에서 셋째)이 가져온 문건을 보고 있다. 오른쪽은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 [김상선 기자]

민주당이 강경 투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디어법 처리에 대해선 “원천 무효”라고 입을 모았지만 대응 방식을 두곤 강온이 팽팽히 갈렸다. 23일 의원총회에선 의원직 사퇴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동안 소수 강경파의 주장이었지만 전날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공언하면서 일이 커졌다. 전원이 동참하지 않으면 정치적 효과가 없고, 전원이 동참하면 국회 마비 사태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의원직 사퇴’ 카드의 양면성이 논란의 배경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의원직 사퇴엔 신중해야 한다”며 “미디어법 재개정 약속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우리의 요구에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그는 임박한 개각 문제와 10월 재·보궐 선거에 대응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거론했다. 여기에 김충조 의원(5선)은 “일괄 사퇴를 일시적으로 한 말로 폄하하지 말라”고 맞섰다. 세 차례에 걸쳐 7시간 넘게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진 못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의원직 사퇴서에 서명해 국회의장이 아닌 정 대표에게 제출해 결정을 위임하자는 절충안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일부 온건파의 불참 가능성과 일부 강경파의 독자적인 사퇴서 제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답이 없는 건 정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 문제도 마찬가지다. “말했으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호남권 재선 의원)는 주장과 “전원 동참이 아니라면 무의미하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주장이 엇갈렸다. 두 사람의 처지가 다른 것도 문제다. 당 대표직은 의원직을 던져도 수행할 수 있지만 원내협상이 본분인 원내대표직은 사퇴서를 내고 계속하기엔 모양이 어색하다.

5일째인 정세균 대표의 단식을 어떻게 멈출지도 고민거리다. 야당 대표의 단식은 직권 상정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승부수였다. 미디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 효과는 다했지만 투쟁 수위를 바로 낮추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의총에선 “악법 처리가 원인 무효라면 하늘이 (단식을) 그만해도 좋다고 하는 것 아니냐”(김성곤 의원) 등의 주장이 나왔지만 “그렇게 그만둘걸 왜 시작했느냐”는 시선도 있다.

장외투쟁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도 민주당이 초강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법 반대 여론이 컸다지만 지난해 촛불시위 때와 같은 분노를 접하긴 어렵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인데 의원직을 버리고 장외투쟁에 올인하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표결 적법성 문제도 그리 희망적이진 않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대리투표는 재적의원수에 영향을 줄 만큼의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방송법 재표결의 불법성 규명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