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 옴부즈맨칼럼]맥과이어 홈런타법 분석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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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른바 전문기자의 존재양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것은 적어도 두가지 조건의 충족을 전제로 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전문성에 있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못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비전문가인 독자들도 해당기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쓸 수 있는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독자들의 광범위한 정보수요를 충족시키는 것과 지면의 제약이 양립할 수 없는 경우 관련기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에서 일어난다.

물론 오늘날의 상황은 신문사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제약이 극복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분야라 할지라도 그것이 스포츠처럼 대중성이 있는 것일 때는 생각을 달리해야 하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관심있는 스포츠기사는 더 충실한 내용과 지면할애로 독자의 정보수요에 부응해야 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스포츠기사는 스포츠면에서 중점적으로 처리할 뿐 더 이상의 지면할애에는 인색한 성향을 지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해외스포츠의 경우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론 지난주 미국 야구의 영웅 '빅맥' (마크 맥과이어) 이 이룩한 홈런 신기록 달성 관련기사에선 중앙일보를 비롯한 유력지들이 1면에 사진을 싣는 등 그런대로 비중을 둔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광범위한 독자들의 정보수요에 만족을 주는 것이었느냐의 여부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대답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계야구에서 홈런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한 맥과이어의 홈런은 도대체 어떻게 치는 것이며, 다른 타자 (打者) 와 다른 것은 어떤 점일까. 이 점은 어떤 의미에서든 홈런관련기사의 핵심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대기록의 원천분석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유수한 신문에선 일부 신문을 예외로 한다면 맥과이어의 홈런타법을 제대로 분석한 신문이 거의 없었다.

고작 키 1m96㎝, 체중 1백14㎏, 팔둘레 51㎝의 거구인 '빅맥' 이 괴력 (怪力) 으로 홈런을 날렸다고 썼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런 힘과 정신력이 바탕이 돼 홈런왕이 됐다고 쓰면서 부연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기사로는 홈런타법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

외신으로 들어온 내용들을 뜯어보면 '빅맥' 은 근육강화제 복용 등 체력적인 조건과 함께 특이한 타법을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일반적인 야구교과서의 상식을 깬 것이 바로 '빅맥' 의 타법이라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그의 타법이 특이한 것은 첫째, 스탠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두 발을 평행으로 배터박스에 서는 것이 교과서적인 상식인데 반해 '빅맥' 은 두 발의 발끝을 모두 오픈으로 선다는 것이다.

둘째, 야구방망이를 잡은 두 손은 스윙이 끝날 때까지 떼지 말아야 한다는 교과서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스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타격 순간 왼손만을 크게 휘두르기 때문이다.

셋째, 그의 방망이는 보통 타자들보다 5도 이상의 밑에서부터 내뿜는 이른바 어퍼스윙이라는 점이다.

이런 스윙은 홈런을 치기 쉬운 것으로 분석된다.

넷째, 타격타이밍을 잡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교과서엔 손이나 팔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무릎과 허리로 타이밍을 잡으라고 쓰여 있는데 반해 '빅맥' 은 손으로 타이밍을 잡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식을 벗어난 타법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것은 오랜 세월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에게 맞는 타법을 찾아 연구하고 연습함으로써 이루어진 어떤 경지를 말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규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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