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국익보호 비상…OECD회의 내달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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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0년 이후 보편화될 전자상거래의 기본틀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다음달 7일부터 사흘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다.

이번에 개최되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전자상거래 장관회의' 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연합 (EU).일본 등 회원국이 대부분 참가하는데 자국에게 유리한 규범을 만들기 위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회의주제는 ▶소득세.부가가치세.관세 등 조세문제 ▶소비자 보호지침 ▶개인정보 보호 ▶인증제도 등. 이중 조세.소비자 보호문제가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세 관할권 = 인터넷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영상물.프로그램 등 디지털제품은 무관세원칙 도입이 거의 확정적이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내야하는 소득세와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는 선진국 정부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분야의 주도권을 대부분 미국국적의 기업이 잡고 있기 때문. 한국의 소비자들이 미국 국적의 기업에 접속해 거래하게 되면 자연히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매출이 증대되고 이익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이 회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고 소득세는 미국 정부에 내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내는 부가가치세도 마찬가지. 한국소비자가 미국 업체로부터 물건을 샀을 경우 이 업체가 한국정부에 세금을 내야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게 되면 현재의 기술.법체계로는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성봉 (李晟鳳) 박사는 "이같은 경우 미국업체가 한국에 납세 대리인을 지정해야 하지만 미국업체가 협조해 줄지 의문" 이라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전자상거래에 대한 도입이나 대비책 마련에 인색할수록 세수감축이 심각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 소비자 보호 =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입했는데 이것이 불량품이고, 더구나 해당 웹사이트가 폐쇄됐다면 소비자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이에 대해 유럽은 '유럽연합 (EU) 소비자보호령' 에 따라 정부가 앞장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업체의 자율적인 규제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강홍렬 (姜洪烈) 연구위원은 "미국은 될수록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줄이자는 입장인 데 비해 무역역조가 예상되는 유럽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 한국측 준비 = 정보통신부 정보화지원과 허원석 (許圓錫) 사무관은 "한국은 전체적으로 유럽과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디지털제품의 무관세화에는 동의하지만 일반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소득세.부가가치세 등 내국세 문제도 유럽과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대책마련은 미흡한 상태. 우선 전자상거래 관련 법이 없다.

현재 전자상거래는 방문판매법의 통신판매에 관련 조항을 두고 있지만 제대로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전자자금 이체관련 법이나 전자서명제도도 정착되지 않았다. 요소기술 개발도 늦어지고 있다.

내년 9월 전자지불시스템 (전자화폐) 의 전면 시행에 앞서 올해안에 일부지역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전반적인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핵심제품인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의 낙후성도 국내 전자상거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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