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아들·딸 마음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얼마전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생물학자들은 하이에나의 생태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하이에나들이 암컷과 수컷의 성비 (性比) 를 스스로 조절한다는 점이었다.

그 근거는 수컷이 성장하면 곧 무리를 떠나 아주 먼 곳에서 새 생활을 시작하는데 비해 암컷은 항상 자신이 속한 무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속성 (屬性)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먹이가 부족할 때는 수컷을 많이 낳아 멀리 떠나보냄으로써 먹이를 절약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어미를 도와줄 암컷 출산을 늘린다는 것이다.

실제로아프리카 케냐에서 80년대 후반부터 정책적으로 얼룩 하이에나의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먹이를 부족하지 않게 공급하면서 수컷의 수는 급격하게 불어났다.

그러나 버클리대의 생물학자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하이에나들이 스스로 성비를 조절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출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생존여건이 불리할 때는 암컷 새끼를 죽임으로써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든지 간에 하이에나 세계에 있어서의 성비 균형은 조물주의 섭리인 셈이다.

방식에는차이가 있지만 어떤 생물의 경우도 성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하나의 원칙처럼 돼 있다.

한데 인간은 다르다.

'인위적' 으로 꾸준하게 성비의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보다 남자의 수명이 짧고 성인의 사망률도 남자가 월등 높아 남녀의 이상적인 출생비율은 1백대 95라고 한다.

아직 지구상의 남녀비율은 남자 1백명당 여자 98명 선을 유지하고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인구가 많고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여아 출생 하강세가 문제다.

남아 1백명당 여아 85명 선까지 떨어진 아시아의 성비 불균형 탓에 2010년에 이르면 세계의 남녀 성비가 1백대 77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한몫 거들고 있다.

아들 하나 얻으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정은 아직도 수두룩하고, 태아가 딸임이 확인되면 가차없이 낙태시키는 비인간적인 행위도 예사로 자행된다.

미국의 한 학자가 아들이나 딸을 원하는 대로 임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니 성비 균형 파괴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하기야 복제 (複製) 인간도 만들어 내는 판국이니 대수로울 일도 아니지만 조물주를 분노케 하지는 않을는지 은근히 두려워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