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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보험 콜센터의 디테일(detail)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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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객에게 맞춘다=AIA생명 전남 순천 콜센터의 김현정 주임은 상담사 출신이지만 전화를 거는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전화를 듣는다. 사투리가 심하거나 불분명한 발음을 하는 상담사들이 그의 모니터링 대상이다. 볼펜을 물고 말을 하게도 하고, 맞장구를 잘 치는 요령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의 컴퓨터에는 ‘상표 붙은 큰 깡통은 깐 깡통인가, 안 깐 깡통인가’ 같은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이 가득 저장돼 있다.

그는 “금융업이기 때문에 전문성과 신뢰가 중요한데 이 점에서 사투리보다 표준말이 유리하다”며 “사투리를 쓰면 보이스 피싱(전화사기)으로 의심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예외도 있다. 제주도가 대표적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외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크기 때문이다. 제주 출신이 아니면 사투리를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래서 교보AXA는 제주 지역만을 위해 4명의 별동대를 두고 있다.

말뿐만이 아니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상담사의 표정도 관리한다. 아무리 목소리를 곱게 해도 짜증스러운 마음은 전화기 건너편에서도 알아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회사 콜센터의 책상에는 가로 16㎝, 세로 20㎝의 거울이 모두 놓여 있다. 전화를 하다 눈을 돌리면 얼굴 전체가 딱 보이는 크기다. 상담사 조혜란씨는 “복잡한 할인·할증 기준을 노인분들께 설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마음을 다독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상담사에게 맞춘다=일반적으로 상담사 두 명 중 한 명은 1년 근속을 채우지 못한다. 그래서 이직률을 낮추는 게 콜센터 관리의 핵심이다.

교보AXA자동차 보험은 계약직인 상담사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지금까지 콜센터 관리직 100여 명은 모두 상담사 가운데에서 뽑았다. 건강도 회사가 책임진다. 초등학교에서도 잘 하지 않는 단체 독감 예방접종도 한다. 공간이 한정돼 있어 쉽게 전염되는 문제도 있지만 회사의 마음 씀씀이를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다. 김태원 영업기획팀장은 “점심을 안 먹거나 군것질이 많은 점을 감안해 일주일에 두 번은 개인별로 과일과 야채를 제공한다”며 “목소리 관리에도 도움이 돼 통화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 AIA생명은 칸막이를 없애 콜센터를 툭 터져 보이도록 바꾸었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상담사들을 배려한 것이다.

콜센터 입지는 무조건 임대료 싼 곳이면 된다는 생각도 오해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서울 강서 콜센터는 지하철 2, 5호선이 맞닿는 곳이고, 경인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이용하기도 편하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이 많아 입지나 근무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 전용 흡연실, 심리 치료 상담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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